|

소버린에 의한 SK그룹의 경영권 공격과 최근 칼아이칸의 KT&G 경영권 인수 위협,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을 계기로 외국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석호익) 정보통신협력연구실 여혁종 연구원은 22일 발간된 정보통신정책(제18권 15호) - ‘동향 : 한국판 Exon-Florio법의 도입 문제’에서 최근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의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과 유사한 법의 국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엑슨-플로리오 법’은 미국이 안전보장을 이유로 자국의 주요기업 보호차원에서 외국인 지배를 막기 위해 미국 종합무역법에 포함시킨 조항으로, 미국과 일본 사이의 통상마찰이 극에 달했던 1980년대에 탄생했고 이 법안의 저촉여부에 대한 조사는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 장관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검찰총장, 행정관리 예산국 국장, 과학기술정책국 국장, 대통령 안보수석보좌관, 경제수석보좌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가 행사한다. CFIUS의 조사결과 저촉된다고 판정될 경우, 대통령이 인수·합병·경영권 취득을 금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엑슨-플로리오 법’의 심사대상은 “인수, 합병, 경영권 취득을 추구하는 인수자가 외국 정부의 소유이거나 대행기관일 경우와 인수 사안이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내 주간통상(interstate commerce)에 종사하는 자의 지배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요약했다.
미국은 1988년 엑슨-플로리오법의 도입된 이후 1,500개 이상의 통고를 접수, 그 중 25건에 대해 검토를 착수했는데 CFIUS 검토계획이 공지되자 13건은 자체적으로 철회돼 검토대상은 12건으로 줄었고 실제 제재조치가 집행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기업을 인수하려던 많은 외국기업들이 CFIUS가 ‘엑슨-플로리오법’을 적용하려는 조짐만 보여도 인수시도를 철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1> 1997~2004년까지 CFIUS에 통고된 사항 및 조치
|
Year
|
Notifications
|
Acquisitions a
|
Investigations b
|
Notices withdrawn after investigation begun
|
Presidential decisions
|
|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
62
65
79
72
55
43
41
53
|
60
62
76
71
51
42
39
50
|
0
2
0
1
1
0
2
2
|
0
2
0
0
1
0
1
2
|
0
0
0
1
0
0
1
0
|
|
Total
|
470
|
451
|
8
|
6
|
2 c
|

보고서는 ‘엑슨-플로리오법’에 의해 대통령이 인수 시도를 금지한 사례로 1990년 중국 국립항공기술 수출입 공사(CATIC)의 Mamco Manufacturing Company 인수 계획을 소개하고 있는데 Mamco사는 우주산업부품제조업체이고, CATIC는 중국 국방성 구매를 담당하는 중국 정부소유 업체인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엑슨-플로리오법’을 근거로 CATIC사에게 Mamco사의 인수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미국은 CATIC사가 Mamco사를 통해 미국의 수출허가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반면, CFIUS는 2003년 싱가포르 Technologies Telemedia사의 Global Crossing, Ltd.사의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던 사례에서처럼 관련 당사자가 특정 조건에 합의할 경우 해당 행위를 허용한 경우도 있다.
홍콩 Hutchinson Whampoa와 싱가포르 Technologies Telemedia가 Global Crossing의 인수를 제안했는데, Global Crossing의 광섬유 망(fiber-optics network)을 외국기업이 소유하게 될 경우 해외에서 미국정보를 손쉽게 도청할 가능성이 있고, Hutchinson과 중국 군부와의 관계에 대한 우려등의 이유로 CFIUS가 조사를 개시했고, 조사 과정에서 Hutchinson은 인수의사를 철회한 반면 싱가포르 Technologies Telemedia사는 Global Crossing의 이사회를 미국인으로 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엑슨-플로리오법’은 국가안보라는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정부의 자의적 개입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문제점 외에도 인수합병 대상이 된 기업들에게는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의 표적이 되고 있는 미국내 기업들은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문제해결을 정치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국의 중추 사업에 대한 외국인의 인수 시도를 제한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라는 것. 대부분의 선진국은 외국기업의 인수합병 시도에 자국 기업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지 않는다. 최근 프랑스는 기업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투기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선량한 기업이 위기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여혁종 연구원은 “현재 법적으로 보호받는 우리나라의 산업은 극히 부분적이어서 에너지, 철강, IT분야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에 대한 보다 강화된 보호 장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특히 WTO 플러스로 불리는 한-미 FTA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들과의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투기성 자본으로부터 IT산업을 포함한 국내 기간산업의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의: 정보통신협력연구실 여혁종 연구원(02-570-4181, hyukjong@kisdi.re.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