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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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및 사업자간 경쟁구조의 변화

  • 작성자이종화  연구위원
  • 소속공정경쟁연구실
  • 등록일 2003.09.01

근 10년간 통신서비스 시장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10년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다. 전자신문사에서 매년 발행하는 정보통신연감 1994년판을 들여다 보면 당시 통신전문가들의 통신시장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미래 정보사회에서 통신망의 절대적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정보통신망(ISDN: 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은 선진국을 선두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데...(중략)”
“특정 단체나 기업들에 통신망형태로 회선을 빌려주는 CUG(Closed User Group ; 폐쇄이용자 그룹)도 PC통신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오는 2000년에는 2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은 ISDN이 아닌 xDSL과 케이블모뎀을 중심으로 보급되었고, 1994년 당시로서는 무모하리만큼 낙관적으로 예측했던 이동전화가입자수가 실제 2000년에는 그 예측치의 10배 정도 증가하였다. Netscape의 보급으로 사용이 편리해진 무료 인터넷은 초고속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PC통신을 대체하였다.
10년전의 기대나 예측이 크게 빗나간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나 통신시장의 기술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하지 않았는가라는 점이다. 물론 케이블 TV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의 제공은 당시 외국에서는 상용화되고 있었지만 정보통신연감의 내용을 해당 통신사업자가 주로 작성했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케이블 TV분야를 애써 외면했을 수도 있다. 또한 당시에는 386 컴퓨터에 14.4Kbps 모뎀만 설치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이터통신이 가능한데 굳이 10Mbps의 대역폭이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도 했을 수 있다. 이동전화서비스는 당시 아날로그 방식으로서 양질의 음성서비스 제공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현재와 같은 단말기 및 부가서비스 기능 등의 확장을 예상하고 구체적인 사업성을 예측한다는 것은 아예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쟁도입에 대한 예측의 어려움과 경쟁도입의 효과에 대한 예측의 어려움일 것이다. 당시 국제전화시장에 경쟁이 도입되었지만 국제전화가 중계사업인 성격상 경쟁도입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또한 신세기통신이 이동전화 제2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최첨단 디지털통신기술인 CDMA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1997년에 PCS 3사가 신규로 진입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1998년과 1999년에 두루넷과 하나로통신이 각각 케이블 TV망과 ADSL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통신시장의 예측오류에도 불구하고 KT와 SK텔레콤이 유선통신과 이동통신분야의 절대적인 강자인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경쟁도입과 함께 신규사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는 현상은 기존의 독점체제에 안주하던 KT와 SK텔레콤에게 위기의식과 함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였을 것이다. 또한 유선전화나 아날로그 이동전화 가입자 기반 등에 있어서 신규사업자보다 어느 정도 유리한 조건하에서 신규통신시장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통신시장은 기존의 유선음성전화 위주의 서비스 중심에서 이동전화 및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되어 신규사업자들이 성장하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몫을 차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우리 나라 통신시장의 경쟁양상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통신서비스와는 별도로 가입자기반을 새로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대규모 신규사업자의 진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전과는 달리 선발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VDSL이나 EV-DO 등 신규 기술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이러한 선발사업자에 대응하다가 경영여건이 악화되거나 아예 대응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쟁양상은 과거 10여년간 컴퓨터 소프트웨어분야의 Microsoft와 하드웨어분야의 Intel이 독점적 지위를 지켜온 경험과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즉 신기술을 두세 단계 미리 개발한 후 신제품을 출시하여 독점이윤을 누리다가 후발사업자가 동일한 제품을 개발하여 출시하면 기존상품의 가격을 낮추어 후발사업자의 이윤 창출 기회를 없애버리고 다음 단계의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경쟁(R&D Race)에 관한 문헌들을 살펴보아도 대부분의 경우 선발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preemption이 일반적인 현상이고 후발사업자가 선발사업자를 추월하는 leap-frogging은 극히 제한적인 조건하에서만 발생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정책도 사업자수를 늘려 경쟁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선발사업자가 주도하는 경쟁체제 하에서는 효율적인 후발사업자가 대등한 조건 하에서 선발사업자를 leap-frogging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 약력*----------------------------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美 University of Hawaii, Manoa 경제학 석사
+ 美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경제학 박사
+ 공정경쟁연구실 연구위원

  • 부서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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