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통해 나는 인터넷 이용문화의 선진화나 스팸메일 추방 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일류라고 자부하는 인터넷을 통하여 유구한 우리 역사와 조상숭배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자 제안하려 한다. 지난 주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해마다 이맘때 추석 전이면 스무명이 넘는 사촌형제들이 각기 가족을 이끌고 고향에 모여서 대가족의 우의를 다지고 선영 묘소를 참배하고 벌초를 한다. 조상의 뜻을 받드는 상례와 제례문화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부분이며 오랜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여 온 건강한 힘이라고 나는 믿는다. 다른 집안도 예외가 아니라서 평소 3시간 반 거리인 귀경길을 무려 10시간이나 기어서 왔다. 고단하고 짜증스럽지만 일년에 한번 겪는 수고니 그러려니 하지만, 한번도 본 적 없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먼 윗대 조상묘를 다듬고 꾸벅 절 두번 하고 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전통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매우 회의적이다. 서양사람이라고 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없겠는가. 단지 산업화와 핵가족화의 코드에 맞지 않아 밀려 버린것이고 우리도 이미 그러한 궤도를 밟고 있는 것이다. 수백년을 변함없이 내려온 우리의 장묘문화도 시대흐름에 불가피하게 변화되어 최근에는 매장 대신 화장하여 가족납골묘에 안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이 또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성묘를 가보면 우선 숲이 너무 우거져 묘를 찾기 힘들고 후손없이 버려진 무덤이 많으며 턱없이 호사스럽게 꾸며진 무덤도 많이 있다. 조상을 숭배하는 마음이야 탓할 수 없지만 무덤이란 결국 상징일 뿐이며 혼백은 하늘과 땅으로 흩어지고 피붙이는 어차피 가슴에 묻는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내 아버지의 칠순이다. 연로하심에도 아버지는 아들 둘이 정보통신업에 종사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당신 스스로 인터넷과 문자메세지를 즐겨하시는 분이다. 칠순기념으로 어딜 보내드릴까 여쭈었더니 대뜸 홈페이지 하나만 만들어 달라 하신다. 퇴직후에 오로지 宗事에만 매달려 오신 분이니 아버지는 틀림없이 여생을 온통 바쳐 사이버 공간을 족보로 가득 채우려 할 것이고 독수리타법으로 자료정리에 노심초사 하실 것이다(참고로 이번 여행에도 아버지는 장장 500년전 나의 16대조가 무슨 연유로 서울에서 경상도로 내려 온 것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들려주셨다). 족보와 인터넷의 결합이라니! 마치 나훈아와 서태지가 공연한다는 것처럼 어색한 만남같지만 우리의 조상숭배 문화가 후손들의 유대를 강화하는 하나의 상징적 방편이고 통신이란 것도 결국 우리생활의 편리성을 제고하는 수단이라 생각하면 그리 어색할 것도 없지 않은가 싶다.
첫째, 인터넷은 접근하기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짜증스런 교통체증도 묘를 찾아 산길을 헤메는 수고도 없다.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므로 인터넷주소만 알면 언제 어디서나 성묘를 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둘째, 정보의 공유로 가족공동체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세째, 부가적인 정보의 제공이 용이하다. 오프라인(?) 묘소에 가면 겨우 망자의 본관과 이름만을 알 수 있지만 온라인(?) 묘소에는 그분의 사진과 기록, 유품, 음성까지 전시할 수 있다. 네째, 인터넷은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다. 나는 儒林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보수진영의 문제점이 훌륭한 전통을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유지하려 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우리의 가족사는 대부분 인쇄매체로 기록되어 디지털매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한문해독도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우리의 가족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수 있다면 후손들의 관심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다섯째, 조금 거창하지만 족보의 인터넷화는 우리 역사의 복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많은 전란을 겪으면서 유실된 역사적 정보가 인터넷 고유의 분산정보 특성으로 복구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메인 관리 등 국가차원의 지원책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先祖와의 만남과 대화, 늦여름 나의 허망한 꿈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