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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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상품의 Versioning과 CID서비스에 대한 단상

  • 작성자변정욱  책임연구원
  • 소속공정경쟁연구실
  • 등록일 2003.10.13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이 나날이 가속화됨에 따라 일반적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단지 경제학 전문서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새로운 경제현상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일반 대중의 피부에 와 닿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중의 하나가 versioning이 아닐까 한다. 이 용어가 생소한 분들이 많겠지만 versioning이란 동종의 상품을 품질, 기능, 제공시기 등 상품의 특성을 차별화하여 각기 다른 수요자그룹에 다른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기업의 전략이다. 소프트웨어를 기능이 단순한 일반용과 기능이 강화된 전문가용으로 구분하여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나 특급과 일반 등 배송 시간을 차별하는 배송서비스, 무료 이용자에게는 중요정보의 누락, 사용 중 가입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의도적으로 이용상의 불편을 제공하는 web 상의 각종 서비스 등이 그 예라 하겠다.

경우에 따라서 일반 대중에게 이미 익숙한 경제현상을 필자가 굳이 일반적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특수한 현상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때 고급 version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용 version의 상품을 생산하는 비용보다 높고 따라서 고급 version의 상품가격이 더 높은 것이 당연하고 이를 누구나 수긍한다. 고급 승용차 혹은 매니아들이 선호하는 고급 오디오의 경우 등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상품의 경우 고급 서비스를 생산하는 비용과 일반용 서비스를 생산하는 비용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혹은 오히려 일반용과 고급용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품질과 무관한 추가적 비용을 소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용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축소하기 위한 의도적 조작과 Web 상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중 일반 혹은 무료 이용자의 사용에 의도적인 불편을 주기 위한 추가적인 소프트웨어적 조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 경우 비용상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품질과 무관한 추가적 비용의 소요를 통해 고급 서비스의 가격을 일반용 서비스의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가격은 품질과 관련된 비용과 비례한다는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정보통신 상품의 생산이 자동차나 오디오와 같은 다른 상품의 생산과 질적으로 다른 공급측면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자동차나 오디오의 품질 혹은 특성은 엔진, 내장재, 전자부품 등 물리적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대부분의 정보통신 상품의 품질 혹은 특성은 물리적 부품이 아닌 소프트웨어적 특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상품의 경우 아이디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부분의 비용이 소요되고 상품간 특성을 차별하는 소프트웨어적 조작은 상대적으로 추가적 비용이 미미하다. 그러므로 품질 관련 비용에 비례하여 가격을 책정하게 될 경우 일반용 상품은 누구에게도 구매되지 않고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고급 상품을 구매할 것이 당연하며 결국 기업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단일상품만을 출시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보통신 상품생산의 원재료가 아이디어라는 비물리적 실체이며 이러한 실체는 상품의 공개와 동시에 만인에게 제공되므로 상품이 출시된 후에 그 아이디어의 특허범위를 우회하여 유사하거나 보다 진보된 상품을 경쟁기업이 개발하기 용이하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기업에게 적절한 전략을 통해 이윤을 회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다면 이러한 상품을 개발할 유인이 급격히 감소하여 많은 수의 유용한 정보통신 상품이 출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정보통신 상품의 versioning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발신자번호표시(CID) 요금인하에 관한 논란도 한번쯤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신사업자들이 CID의 상품화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가 아닌 가입자DB와 과금시스템 구축에 오히려 추가비용을 들여 상당한 이익을 본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와 유사한 현상은 이미 소프트웨어 등 다른 상품의 경우에도 존재해 왔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을 염두에 두고 초기 상품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부가기능을 고려한 아이디어 및 기술개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구사의 폭이 좁아질 경우 기업의 신상품 개발 시 상품의 기능과 특성 등 상품의 전반적 품질과 다양성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동전화 서비스가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적정한 요금책정을 통한 서비스의 제공이 규범적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비스의 중요도가 높은 기본적 음성서비스가 아닌 상대적 중요도가 낮은 부가서비스의 경우 기업의 자율적 전략을 보장함으로써 이용자에게는 서비스 이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그것으로부터 발생한 이윤을 기업의 기술개발 투자와 보다 중요한 기본적 음성서비스 요금인하의 소스로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약력*----------------------------

경기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 전공 : (경제학)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 전공 : (경제학)
University of Pennsylvania 경제학과 박사 / 전공 : (산업조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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