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벤처정책에서의 선택

  • 작성자이경원  책임연구원
  • 소속정보산업연구실
  • 등록일 2003.10.06

 

우리는 매순간 수많은 대안들 중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자신의 만족을 가능한 크게 하는 ‘무엇’을 선택한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선택에 있어 ‘무엇’뿐만 아니라 ‘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구매의 경우를 보자. 여러 제품들 중에 펜티엄IV 3.06Ghz, 1G DDR RAM, 80G HDD, RW DVD, 17.1인치 TFT LCD의 ‘무엇’을 골랐다고 하자. 이것이 현재 2백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1년 후 1백만원대 초반으로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자. 그러면, 구매자는 2백만원을 주고 오늘 구입할 것인가, 아니면 1백만원으로 1년후에 구입할 것인가, ‘언제’에 대한 선택에 직면하는 것이다. 결혼을 언제 할 것인가, 주식을 언제 팔 것인가 등과 같은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복잡하지만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자신의 만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언제’를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 또한 무수히 많은 전략들 중에 국가경제를 부유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무엇’을 ‘언제’ 수행할 지 선택한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기조는 선택과 집중육성이다. 60년대는 경공업, 70년대는 중화학공업, 80년대는 자동차산업, 90년대는 반도체산업 등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 선택되어 집중 육성되었다. 시대별로 선택된 산업은 그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단계를 고려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국가전략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둬 고성장의 결실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고성장은 지금도 경제정책 성과의 주요한 평가 잣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초래한 국내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과거와 같이 집중 육성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 이때는 과거와 달리 특정산업이 아닌 고위험-고수익의 특성을 지닌 벤처기업이었다.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불었던 IT붐을 등에 업고 첨단기술 중심의 벤처기업에 대한 벤처붐을 촉진시켰다. 하지만, 벤처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층이 외면된 공급자의 논리에 근거한 이러한 붐은 2000년 하반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버블로 바뀌었고 그 후유증도 심각하였다. 또한, 최근 잇따라 발생한 벤처관련 게이트로 인해 벤처부문에 대한 신뢰성도 크게 의심받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5년간의 적극적 벤처육성정책은 활발한 벤처창업, 벤처캐피탈의 투자재원 급증 등 규모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벤처기업의 고위험의 특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약자보호 철학에 바탕을 둔 과거 중소기업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데에 크게 기인한다. 벤처인증제도 실시, Primary-CBO발행 주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막대한 자금을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로 인해, 벤처기업의 본질인 창의성과 도전성이 약화되는 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였고, 벤처기업은 연구개발보다는 머니게임에 더 많은 노력을 투여하는 부작용도 초래하였다.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지원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을 통해 벤처부문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붐과 버블붕괴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벤처부문이 지식기반사회로 전환에 있어 강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짐으로써 그 중요성이 최근에 와서는 오히려 경시되는 풍조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에 바탕을 두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빠른 기업성장을 특성으로 하는 벤처기업은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시대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매력적인 주체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벤처재도약을 위한 벤처정책에 있어 전략적 재배치가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벤처시장과 정부 정책을 통한 경험은 현시점에서 벤처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그간 집중을 위한 ‘무엇’에서 소외되었던, 벤처캐피탈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벤처캐피탈은 시장에서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이다. 선별 및 지원 능력은 그들보다 정부가 더 뛰어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서 벤처캐피탈을 통한 시장기능 회복을 유도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벤처기업을 선정하여 지원하기 보다는 시장원리에 의해 성장성 있는 기업이 선택되어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추진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를 통해 혁신의 주체인 벤처기업의 창의성과 도전성이 극대화 될 것이다. 또한, 미공개기업 거래시장(private equity market)에서 벤처부문 자금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시급히 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시점에서, 근거법과 활동영역에 대해 세분화되어 있는 현 미공개기업 거래시장의 장벽을 허물어,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의 강조점을 변동시켜 가며 성장단계별로 벤처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통합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과거에 고려되지 않았다. 만약 그 당시 유력한 하나의 대안이었다 해도 실행이 되지 않았음으로, 실행시기가 미루어진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언제’의 관점에서 볼 때도 지난 벤처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데에 아쉬움이 있다.

 

 

 

 

----------* 약력*----------------------------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 전공 : (경제학)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 전공 : (경제학)
美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Economics Ph.D. / 전공 : (Economics)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