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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방융합 시대 공익과 경쟁 논리

  • 작성자이상우  연구위원
  • 소속통신방송정책연구실
  • 등록일 2006.04.25

통신·방송 융합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방송 시장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공익성’을 저해한다는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과연 방송 분야에서 시장경쟁을 추구했을 때 방송의 공익성이 위축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방송규제의 논리로 이용되는 매체간 균형발전 원칙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체간 균형발전 논리는 다양한 매체들이 일정 부분 시장 지위를 갖고 있을때 공급의 다원성과 내용의 다양성이 증진되고 이는 곧 시청의 다양성으로 이어져 공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원리다.

 그러나 이 논리는 반대로 공익성을 위한 유인책으로 정부가 기존 방송사업자에게 진입장벽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만들어 주고 있는 뜻이기도 하다. 이면에는 진입제한이 없는 경쟁적 시장이 형성될 경우, 거대 사업자에 의해 독점화가 야기될 우려가 있으며 자연스럽게 다원성과 다양성이라는 공익목표는 해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매체간 균형발전 논리는 허점이 있다.

무엇보다 매체의 다원성과 내용의 다양성, 그리고 시청의 다양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매체가 다원화된다고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과 의견이 제공될 수 있으며, 나아가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의견을 골고루 소비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결국 일관된 연구결과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시장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발생할 ‘비효율’은 거의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진입규제라는 법적인 보호장치가 있게 되면 독점적 사업자는 신규서비스를 창출하거나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동기가 적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미디어 진입과 소유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다. 융합시대에는 전송 매체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제도적인 소유·진입 규제보다는 신규 매체 진입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다양성이 보장된 시장에서 다양성을 위한 인위적 규제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와 OECD는 전송 사업자에 진입규제나 소유규제가 적용되기 보다는 경쟁을 추구함으로써 서비스 가격을 낮추고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융합 정책도 공익성이라는 전통적인 명분에만 매달려 특정 방송 집단의 이익을 보전해 주기보다는 진정 방송의 공익성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술발전을 수용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소비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융합 규제정책의 핵심이다.

 

* 본 칼럼은 전자신문 4월 25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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