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IT의 급속한 발전은 잠재된 소비자의 충분한 대기수요를 기반으로 기술 및 공급 주도로 성장했으며, 여기에서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과 같은 인프라 서비스의 발전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국내 IT 산업 수요가 정체되고 글로벌화의 미흡, 소비자의 지불의사 감소, 기술과 시장 격차 심화 등의 원인으로 통신사업자는 구조적인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와 함께 최근의 정보통신 환경은 디지털 컨버전스에 따른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의 인프라 중심 정보통신 규제 및 정책 환경도 새로운 시장의 발견을 통해 서비스를 활성화하여 이용자 권익을 확대ㆍ보호하고, 사업자의 투자동기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기존의 수직적 역무구분이 단계적으로 콘텐츠와 전송 중심의 수평규제로 변모될 것이며, 정보통신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요원해 보였던 방통융합 규제도 1~2년 내에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도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종속적인 추종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통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수용자의 위치에 머물던 소비자가 자신들의 요구를 적극 개진해 관철시키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직면해 통신사업자도 망 제공자 위치에서 종합 정보통신 솔루션 공급자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용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고객맞춤형 사업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직은 생소한 `프로덕트 팩토리(Product Factory)' 개념이다.
프로덕트 팩토리는 상품 개발의 전 과정을 상품구조 정보 기반으로 자동화해 최적화된 상품을 단기간 내에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신상품 개발과 출시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금융권과 통신업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IT 기술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현대캐피탈ㆍ카드, 한국증권 등이 프로덕트 팩토리 개념을 도입했으며, 통신업계에서는 KT가 최초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프로덕트 팩토리의 구현에 있어서 핵심 요소는 상품구조 관리와 형상DB로, 이를 기반으로 할 경우 기존의 서비스 개발 과정도 크게 변화될 것이다. 기존에는 단위 업무와 상품 중심, 공급자 중심으로 상품을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고객가치와 개발역량 정보를 적시에 결합, 활용하여 고객 중심의 상품을 언제라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단적으로 공급자 위주의 상품 개발이 갖는 사업성과의 한계성을 의미하며 고객의 눈높이를 맞춘 상품을 개발할 때 성공의 길이 열린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객가치 관점은 고객가치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상품을 분류하여 상품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며, 개발역량 관점은 상품 형상 또는 적용 기술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결합, 융합되고 진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덕트 팩토리는 이 두 가지 관점을 통합하여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과 신속한 시장 세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프로덕트 팩토리는 기획에서 퇴출까지 상품 라이프사이클 관리의 기반으로 발전될 수 있으며, 성장 한계와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인 통신업계의 전략과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또한 정책 당국의 수평규제로의 전환 정책, 시장지향적 결합서비스 제도 정립 등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1월 22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