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된 ‘2·13합의’ 이후 남북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정부차원의 협력으로 반세기 넘게 단절된 경의선·동해선이 개통되는 등 경제협력 환경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남북 정부차원의 협력과 함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문제의 해결로 인한 6자회담 재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활동 재개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업지구의 경우, 2004년 12월 우리 기업들이 처음 입주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255명으로 출발한 북한 근로자 수는 지난 5월, 1만5천명을 넘어섰으며, 가동업체수가 30개사, 월 생산액은 1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본공단 1단계 분양을 받은 업체들이 입주를 마치는 올 연말에는 300여개 기업에서 약 10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근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 인력의 직접고용문제, 북한당국의 개혁개방에 대한 불확실한 의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의 활용처 문제 등 부정적인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3단계에 걸쳐 85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개성공단의 성공여부를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사업이 남북간 접촉면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남북간의 안정적인 경제협력기반을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사업을 통해 휴전선 철책이라는 남북한간 물리적 경계를 넘나드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의 남북한은 아직까지 ‘사이버 철책’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가 정보화의 시대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하나로 통합돼 가고 있는 또 다른 현실을 감안할 때 사이버상에서의 남북간 분단상황은 시급히 해소돼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경제로 명명되고 있는 오늘날의 경제는 모든 경제부문에서 인터넷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시간과 공간제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에 대한 대응이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남한의 경우 IT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과 민간의 역동성이 조화를 이뤄 전세계가 인정하는 인터넷 강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북한의 문헌 등을 살펴보면 북한 당국도 경제발전에서 인터넷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인터넷의 개방성은 체제유지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인터넷(Internet)이 아닌 인트라넷(Intranet) 형태로 네트워크가 운영되고 있는 현상 기저에는 북한당국이 인터넷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반된 인식 즉,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통제가 필요한 인터넷에 대한 북한 당국의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을 비롯한 교류협력은 협력 파트너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남북한간 교류협력은 협력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개방과 남북간의 이질감 해소 및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교류협력과 통합에서 인터넷 교류협력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 못지않게 인터넷 교류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여타의 대북 협력사업이 그러하듯 인터넷 교류협력이 점진적, 단계적, 장기적 과정임을 감안해 인내를 가지고 북한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먼저, 북한당국에 대한 설득을 통해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에 진출한 남측 기업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경협지역과 남측을 연결하는 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거나 진행중인 남한기업과 북한기업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제한적으로라도 이들 기업간의 이메일 및 자료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용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제안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을 통한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을 규제하는 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 검토, 인터넷 교류협력을 지원할 수 있는 남북간 정부차원의 통신협정 체결 등을 포함한 법제도 정비 등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반도 평화기반 구축의 장으로서 세계적인 주목받고 있는 개성공단사업이 사업추진 초기에는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많은 사람에게 무모하게 비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개척정신과 정부차원의 확고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북핵과 같은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도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었고 오늘의 개성공단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교류협력도 북한 당국의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민간의 선도적 협력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인터넷 교류협력은 남북간 경제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세기 넘게 단절되어 온 민족과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인터넷신문 오라뉴스 7월 23일(월)[명사컬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