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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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과 사회적 자본

  • 작성자최항섭  연구위원
  • 소속미래전략연구실
  • 등록일 2007.08.08

최근 일본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차 동경을 방문하였다. 매번 동경에 갈 때 마다 이상하게도 다리가 아파 이번에는 자전거를 한번 빌려서 다녀볼까 생각하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알아보았지만 딱히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은 없다고 하였다.

동경에 도착해서도 미련은 계속 남았다. 그래서인지 지하철 역사 부근에 잔뜩 놓여져 있는 자전거들에 눈이 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들이 거의 없는 것이었다. 잠깐 세워 놓은 것이겠지 하고 지나갔는데, 다른 지하철 역사에 놓여져 있던 자전거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가져가면 어쩌려고 그러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필자는 작년말부터 금년까지 벌써 서울에서 자전거를 3대나 도둑맞았다. 두 번은 지하철 역사에서 세워놓았는데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가보니 자전거가 사라져 있었고, 한 번은 한강공원에 음료수를 사러 가느라 잠깐 세워 놓았는데 10분 후 세운 자리에 가보니 자전거가 하늘로 사라져버렸는지 없어졌던 것이다.

필자의 자전거가 인터넷 최저가에 판매되는 자전거라서 설마 이렇게 싸구려 자전거도 훔쳐갈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이었다. 도둑만 맞은 것이 아니다. 지금 자전거는 도둑을 맞지 않기 위해서 2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고급자물쇠를 채우고 다닌다.

 그런데 어느날 가보니 자전거 뒷 바퀴가 칼로 찢어진 채 펑크가 나 있었다. 아마도 훔치려다가 자물쇠가 안 풀리니까 화풀이를 한 것이라 생각된다. 자전거 동호회 게시판에도 ‘도난게시판’이 따로 있는데, 하루에도 자전거를 누가 훔쳐갔다는 글이 10건 이상 올라온다.

하도 자전거를 도둑맞다보니 지하철 역사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 부근에 CCTV 카메라라도 설치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들을 자전거를 한번이라도 도둑맞아본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다.

이 민원은 각 구청에 실제로 접수되고 있는 민원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만 해도 100군데가 넘는데, 이에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치가 않겠지만, 도둑으로 인한 시민들의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막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것도 안되면 차라리 부근에서 누군가가 유료 자전거 주차장을 운영해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사실 고가의 자전거를 가지신 분들은 어디에다가 세워놓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7만원대 저가 자전거도 바로 가져가는 데 백만원을 넘는 자전거를 세워놓는 것은 도둑들 보고 가져가라는 것과 똑같다.

다시 동경의 지하철 역사의 자전거 얘기로 돌아가보자.  지하철 역은 그야말로 사람들이 붐비는 신주꾸 역이었다. 이곳에 세워진 자전거들이 거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 채 그냥 놔두어진 것에 의아해진 필자는 지나가던 몇몇 일본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자전거들 여기에 왜 이렇게 그냥 세워져 있나요? 누가 훔쳐가면 어쩌나요?” 라고 물었는데, 처음에 답해준 일본 학생들은 뭐라고 답해야 하는 지 모르는 것처럼 한참을 고민하더니 다음과 같이 오히려 필자에게 반문을 하였다. “자전거에 자물쇠가 있나요?, 왜 필요한가요”. 쿵. 충격이었다.

 또 다른 시민 몇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일본에서 자전거를 지하철 역사와 같은 공공 지역에 세울 때 자물쇠를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훔쳐가는 사람도 없고 훔쳐갈까 걱정하는 사람도 없다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한동안 멍한 상태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이 일본을 많이 쫒아온 줄 알았는데 아직 한참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 경제적 성장은 물론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성장에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무엇인가? 어려운 사회학적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히 설명한다면,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믿는 것,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 어느 정도 몸에 배어있는 지가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후쿠야마는 자신의 명저 <트러스트>(신뢰)에서 일본과 독일은 국민들이 서로가 서로를 믿는 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제적 성장을 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한국정부에서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경제적 성장 뿐 아니라 이 사회적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여 최근 보고서에도 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은 감시카메라를 많이 설치해서 도둑질이 줄어들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간다고 해서 제대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시 메라 한 대도 없어도 도둑질이 거의 없고, 사람들이 ‘이제 안심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때 그 사회의 제대로 된 사회적 자본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사회적 자본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장 시급한 것이 중고교육 과정에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경험을 늘리는 것이 대단히 필요하다. 서로를 믿게 되는 것은 혈육이 아닌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을 자발적으로, 보상없이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절실하다.

문제는 인센티브이다. 현재는 교육과정에 자원봉사활동을 성적등에 반영하는 인센티브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자원봉사가 아니다. 봉사를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하나의 계약관계의 주체일 뿐이지, 이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신뢰, 나아가 사회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은 한국사회에서 경제우선논리가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하지만 그 부메랑이 10년, 20년 후에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 확실한 ‘인문과학, 철학’교육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인성이 갖추어진 이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절로 넘쳐난다.

요즘은 자전거를 지하철 거치대에다가 놓지 않고 아예 큰 길가에 묶어두고 다닌다. 사람들과 차가 많이 지나다니니 도둑들이 어쩌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매번 지나가는 행인들, 상점주인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런 고민이 사라질 수 있는 나라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

* 본 칼럼은 오라뉴스 8월 7일자 [전문가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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