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선거를 앞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통신요금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편이나 요금유지를 주장하는 편 모두 그 근거로 요금수준 국제비교 결과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에서는 요금비교결과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 요금비교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어 통신요금의 국제비교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대비를 위해서 상대적으로 물가의 국제비교가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쉽게 떠오르는 예로 동일한 상품으로 국내에서도 수입·판매되고 국제적으로 저명한 브랜드의 핸드백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각국의 수입에이전트들마다 각국의 소비자 취향, 세금, 경쟁여건, 운송비에 따라서 동일한 물건이라도 가격을 달리 책정할 것인데 이 가격을 특정화폐를 기준으로 하여 비교평가하면 된다. 왜 특정 브랜드의 핸드백이 특정국가에서 비싸야만 하는가에 대한 그 결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비교방법론에는 특별한 이슈나 논란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비교대상이 되는 핸드백의 품질이 각국 별로 동일하고 그 보증조건도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더 어려운 예로 빅맥지수로도 유명한 맥도널드의 빅맥이라는 햄버거의 국제가격비교를 고려해 보자. 여기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빅맥이 과연 여타 국가들에서 판매되는 빅맥과 같은 상품인지에 대한 논란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되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쇠고기의 원산지에서 차이가 날 것이며 햄버거에 들어가는 야채는 그 특성상 현지의 것이 사용된다고 봐야한다. 맛의 차원에 들어가서 미국산 빅맥과 한국산 빅맥의 맛이 결과적으로 같으냐 다르냐는 이슈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을 것이다. 각국별로 빅맥이라는 상품의 속성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는데 국제비교를 한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며 이러한 각국별 차이를 제대로 통제(control)하고 가격에 대한 국제비교를 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도 생기게 된다.
단일 햄버거 품목인 빅맥에서 더 나아가 보다 포괄적으로 햄버거 가격일반의 국제비교를 한다고 하면 그 비교는 더욱 어려워진다. 햄버거 체인을 어디까지로 정하고 비교할 것인가도 이슈가 되며 잘 알려진 핵심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한정하여도 각국별로 그 국가에만 판매되는 독특한 햄버거 품목이 있을 수가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일례로 우리나라에는 불고기버거가 있고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을텐데 해외에 없는 품목이라는 이유로 비교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이상적으로는 햄버거가격을 단순평균할 것이 아니라 햄버거 소비량을 가중하여 가중평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각국별로 세부 품목별로 소비량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앞의 예들을 종합해 보면 상품가격의 국제비교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물며 상품이 아닌 서비스이며 비교역재(non-tradable goods)인 통신서비스요금의 국제비교가 쉬울 리가 없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이동전화의 경우 이동전화와 관련된 통화패턴이 무척 다양하며 각국별, 사업자별로 요금구조도 다르다. 이동전화에서 이동전화로 거는 통화, 이동전화에서 유선전화로 거는 통화,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통화루트가 있으며 요금도 주말 및 심야할인, 특정인 대상할인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가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고 널리 신뢰받고 있는 국제비교는 OECD의 국제비교라고 할 수 있다.
OECD비교의 경우 각종 통화량과 이용패턴에 근거하여 소량, 중간, 다량이용자가 각각 일정한 이동통신 서비스의 집합을 이용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특정한 이용패턴을 보이는 이용자가 각국의 제1 사업자 및 제2 사업자의 요금제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에서 각국 별로 가장 저렴한 요금제, 즉 최적의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할 때의 지출액을 비교한다. 이러한 최적 요금제 방식에 의한 비교방법은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이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금제가 품질이나 기타 관찰되지 않는 이유로 실제로는 전혀 이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러한 요금제가 최적의 요금제로 선택될 수도 있다. 또한 요금제가 하나 추가되고 제외됨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은 통신서비스시장의 급변으로 비교대상 요금제에 포함되기 힘든 요금제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있다. OECD만 하더라도 가족할인 등 특정인 대상 할인 요금제는 요금비교에서 제외하고 있다. 현재 통신시장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결합서비스나 융합서비스의 도입에 따른 요금인하효과는 국제비교에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 점점 더 이용자들이 결합서비스나 융합서비스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새로운 경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국제비교 결과와 해석에 높은 신뢰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통신요금의 국제비교는 영국의 통신규제기관인 Oftel(現 Ofcom)에서도 지적했듯이 유효경쟁의 목표 달성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항목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결과에만 주목하고 그 방법론이 가지는 본원적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요금비교결과에 대한 과잉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요금비교결과는 요금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참고자료로서 분명히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급변하는 통신서비스의 새로운 동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반영되기 힘든 한계가 있음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