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정치 공방 끝에 일본 국회를 통과한 ‘일본우정민영화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130년간 일본 정부의‘곳간'역할을 해온 우정사업은 2007년 10월 1일부터 직원 24만1000명, 점포 2만4천개, 총자산 338조8300억 엔(2800조원)에 달하는‘일본우정그룹(JP)'이라는 지주회사 출점을 통해 본격적인 민영화에 돌입하게 되었다.
일본 우정사업의 민영화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민영화를 통해 우편사업과 우체국금융사업을 분리한다는 점이다. 민영화 초기에는 지주회사인 일본우정그룹이 우편사업회사, 우편저금은행(유우초은행), 우편보험회사(간포생명) 및 우편국(창구네트워크)회사를 모두 보유한 형태가 되지만, 우편저금은행·우편보험회사·우편국회사에 대해서 2010년까지 상장하고, 우편저금은행 및 우편보험회사는 2017년까지 주식을 매각해 완전 민영기업화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우편사업과 금융사업은 완전히 분리 운영되게 된다. 우편과 금융의 겸업으로 인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공정경쟁 이슈에도 불구하고, 두 사업을 분리 운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사업간에 발생하는 시너지효과와 이용자의 편리성 제고 측면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우체국금융을 분리 매각하였다가 재매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겸업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우정이 우편·금융 분리를 단행하는 이유는 전문성을 가진 사업자로 하여금 우체국금융사업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민영화를 계기로 수익성 있는 사업영역에의 진출이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택배 및 신 금융서비스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새롭게 진출함으로써 우정사업의 고질적인 저수익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우정그룹은 일본 국내 소포 및 국제 택배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ANA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운송망을 확보하는 한편, 로손, 미츠코시 백화점, 산큐, 토부 백화점 등과의 제휴를 통해 판매망 확보에 힘쓰고 있다. 또한 우체국금융사업 수지개선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및 변액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도입하고, 기존의 우체국 창구 이외에 300여 개의 직영점을 추가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 또한 민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국제 특송 시장에 진출한바 있다. 독일우정(DPWN)은 2000년 민영화 이후 국제 특송 업체인 DHL의 지분을 100% 인수함으로써 명실공히 국제 특송 시장에서의 선두주자가 되었고, 네덜란드우정(TNT Post Group) 또한 1989년 민영화 이후 TNT Express를 앞세워 유럽 국제 특송 시장에서의 기반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일본우정그룹이 보유한 막대한 자금력을 감안해볼 때, 일본우정그룹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세계 물류시장 및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크게 위협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 우정사업의 민영화는 우편과 우체국금융사업 분리를 단행하고, 각 사업별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전반적인 우정사업 수익성을 향상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 뒤에는 소외계층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우려가 항상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선택은 모든 산업이 시장 경쟁의 원칙에 입각해 운영될 때 사회적으로 가장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우정사업은 조직과 운영 측면에서 우리나라 우정사업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우정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왔다. 이에, 일본우정공사의 민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 어떤 나라의 경우보다 크다 하겠다. 일본우정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그 길을 자세히 살펴보고, 보다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면에서 일본우정공사의 민영화 과정과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일본우정공사 민영화 진행 시 발생되는 시행착오나 방법론에 대한 지속적,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민영화 추진의 노하우를 축적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