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층 대문을 닫고 건대역을 목적지로 하여 E양은 뛰기 시작한다. E양에게 부딪혀 터져 나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E양은 자신의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의 온도가 어제보다 차가워졌음을 느낀다. 바람은 E양의 모든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이리 저리 헤집는 중이다. E양의 머리카락 갯수는, 아침 E양이 출근하는 그 골목의 바람만이 안다. E양은 콧구멍 속으로 들어 왔다 나가는 바람에 간지럼을 탄다. 그리고는 재채기를 한다. 뛰면서…. E양이 바람을 가르며 지하철 역으로 뛰어가는 동안 E양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자신이 피부를 경계로 맞닿아 있는 온 아침이 다른 색과, 다른 냄새와, 다른 소리와, 다른 공기를 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가을….” E양은 그렇게 내 뱉음과 동시에 지하철 역 계단을 올랐다. 역에는 언제나처럼 모든이가 뛰고 있었다. 혹은 빨리 걷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E양. E양의 이마에, 콧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 갯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E양이 가르고 온 바람이 가을의 그것이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역 안으로 지하철이 들어온다. 지하철 역에 지하철은 이따금씩 이어도 사람은 항상 있다. 문이 열리고 수돗물 꼭지에서 물 쏟아져 나오듯이, 숨막힌 지하철은 사람들을 토해내고 헥헥거리며 숨을 돌리고 있다. 숨을 채우기도 전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지하철 속으로 들어간다. 빈 틈을 주면 안 되는 것처럼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직사각형 공간을 점령하고 또 다시 출발하길 기다리는 사람들. E양 역시 하나의 공간을 차지하고 서있다. E양의 그 곳의 부자유스러운 좁은 영역에 익숙해져 있다. 지하철 안은 항상 사람보다 소리가 많다. 원하지 않는 소리를 피하기 위해 E양은 이어폰을 낀다. 그렇다고 E양이 이어폰 속에서 나오는 소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싫음의 상대적인 차이 상 그것이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에 E양은 그러한 행동을 한다. E양의 입은 고요하고 자신의 귀 또한 그러하길 원한다. 지하철은 가고 서기를 반복하면서 그 때마다 사람들을 토해 내고, 비워짐과 동시에 또 채워진다. E양은 강남역을 지나침이 없다. 강남역 이후로 다른 역들이 밤새 다 사라져버렸다 해도 E양은 모를 것이다. 출근 길 E양의 세계의 경계는 강남역 까지다.
문이 다시 열리고 E양은 자신의 동력 3할, 타인의 동력 7할에 의해 내린다. 아니 내려진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이다. E양은 물 같이, 다른 사람들과 원래 한 덩어리였던 것처럼 쏟아져 나온다. E양은 한 층 자유로워 진 공간을 한 층 자유롭게 가로질러 지상으로 올라간다.
지상은 지하만큼이나 사람들이 많다. 이 시간의 모든 공간은 상당히 동적이어서 지하철과 같은 원래 동적인 공간이 아닌 이상, 공간 내 대부분의 사람들과 사람들에 붙어있는 사물들은 이동한다. 정지해 있는 것들은 단지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위한 기다림 a의 대상들 뿐이다. 지금 E양 역시 기다리고 있는 셔틀버스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셔틀버스는 시계바늘의 지정된 위치로의 이동처럼 정확하게 E양을 데리러 왔다.
E양은 셔틀의 의자에 앉아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적당한 고요 속에서, 일층 대문을 닫은 순간부터 방금 전까지의 숨가쁜 전개를 진정 시킨다. E양은 자신의 시선이 통과하는 투명색 경계에 머리를 기대고 자신이 이 창문을 통해 밖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까지 보이는 것들을 눈에 담는다. 셔틀버스는 어느새 도착하고 E양은 어느새 감겨져 있던 눈을 뜨고 셔틀의 계단을 내려간다. 세 칸짜리 그 계단을 내려가는 리듬에 맞춰 E양은 주문처럼 속으로 외운다. “오늘도 무사히.”
10월의 어느 한 날 아침 7시 10분, E양은 가을과 함께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