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올해는 특별한 수능한파도 눈에 띄지 않았고, 시험문제의 난이도와 관련해서도 큰 논란은 없었다고 한다. 일생을 대비하는 중요한 시험을 치루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노고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입시의 계절이 돌아오면, 십 수 년 전 입학시험을 치루기 위해 전쟁 같은 홍역을 겪었던 그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대학시험을 치르던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는 학력고사라는 이름으로 대학입시가 시행되었고, 거의 매년 시험제도와 입시전형이 바뀌는 등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 그 자체였다. 매년 학력고사가 끝나면 그 해의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선방안이 제기되었고, 일 년이 멀다하고 입시제도가 바뀌곤 했다. 나를 포함한 그 당시 스무 살 안팎의 많은 학생들이 대학입시 제도의 풍파 속에서 상아탑에 입성하기 위하여 머리를 쥐어짜내던 기억들이 아찔하기만 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지 약 1주일이 지난 11월 21일 오랜 동안 논의만 무성한 채 결실을 맺지 못했던 IPTV법안이 한시적 특별법의 형태로 마침내 국회특위를 통과하였다. 통과 직후 3일 만에 일부 조항이 수정되는 등 난항을 계속 겪고 있지만, 과거 몇 년간 부처 간, 사업자 간 대립일색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IPTV의 행로를 생각한다면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동 법안에서는 그동안 논쟁의 핵심이었던 IPTV의 성격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등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이용하여 양방향성을 가진 인터넷 프로토콜 방식으로 일정한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는 가운데 텔레비전 수상기 등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데이터·영상·음성·음향 및 전자상거래 등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으로 정의하였다. 사업자 분류는 IPTV사업을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제공사업과 콘텐츠사업으로 구분하고, 방송법을 준용하여 방송 제공사업자는 방송위원회의 추천 후 정보통신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논란이 되었던 사업권역은 전국을 하나의 사업권역으로 하는 것으로 합의되었고,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자회사 분리는 명문화하지 않는 대신 시장지배력 전이 방지와 망중립성 보장을 명문화하였다.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규정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용하여 전체 발행주식 또는 지분 중 의결권 있는 주식 또는 지분의 비율을 49% 이하로 규정하였으며,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은 IPTV의 보도 및 종합편성 채널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였다. 또한,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은 IPTV 제공 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49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시장점유율 규제조치로서 개별 IPTV 제공사업자는 방송구역별로 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을 포함한 국내 총 유료방송사업 가입가구의 3분의 1을 초과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였다.
또한, IPTV 콘텐츠 사업자가 제공하는 방송프로그램을 다른 전송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할 것과 주요 방송프로그램의 계약 행위 등에 시청자의 이익 및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사항도 삽입되었다. 아울러, 크림스키밍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설비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와 사업규모 및 시장점유율 등이 일정한 기준에 충족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모든 방송구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지상파방송 채널의 재송신에 관해서는 방송법을 준용하여 KBS1과 교육방송을 의무재송신할 것을 명시하였다.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남겨놓고 있는 IPTV법안에 대한 평가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듯하다. 특정 사업자의 이해를 대폭 반영했다든지,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전향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든지 등등 아직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한 신생 법률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IPTV 법률안의 불완전성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현실적 조건의 수준이다. 명칭이 학력고사가 되었든, 수능시험이 되었든 바로 매년 우리가 치러야 했던 대학입시제도는 바로 그 당시 우리가 선택한 최선 또는 차선의 대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완벽한 대학입시제도를 만들겠다고 몇 년간 입시시험을 연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하지 않는 법은 없다. 한 나라의 골격을 구성하는 헌법의 경우에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아홉 차례나 바꾸지 않았는가? 이번 IPTV법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법이 시행되고 난 뒤라 할지라도, 언제나 그랬듯이, 법의 현실적 적용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견들이 개진될 것이고, 이러한 의견들이 법의 지속적 집행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때가 언제가 되었든 법을 개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 몇 년간 답보상태라고 여겨졌던 IPTV의 도입과 규제에 대한 지난했던 논의과정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매년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는 수십만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시전형제도를 다듬고 수정하듯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인한 국가적 재도약의 기회와 위기의 국면에서 IPTV법안의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정말이지, 시작이 반이라는 조금은 식상한 인생의 자그마한 진리가 내가 연구하는 국가적 정책과제에 이렇게 들어맞을 것이라고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