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플루토늄에 관한 방대한 문서를 미국에 넘겨줌에 따라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정점에 달했던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북핵 관련 문서의 검토를 통해 북한의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미국과 협의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의회를 설득하려면 우리가 신고서에 어떤 내용을 더 담아야 하느냐"고 물을 정도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조치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테러지원국 해제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어떠한 제재를 받는지를 보자. 미국 국무부는 매년 4월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 발표를 통해 국제적 테러 행위에 직접 가담하였거나 이를 지원하고 방조한 혐의가 있는 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은 1987년의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을 계기로 1988년 1월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어 왔다. 미국은 최근 발표한 '2007년도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에서 북한과 함께 이란, 수단, 시리아,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명시하였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근거해 엄격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러한 제재는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와 재원이 테러집단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상국가의 경제를 봉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만성적 경제난에 처해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세계로부터의 경제적 원조가 사실상 차단되는 결과를 가져온 테러지원국 지정이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 되어 왔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최근의 북한 식량난은 북한당국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한 관련 자료의 검증 및 3단계 북핵폐기 과정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향후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경제협력이 북미관계라는 외부요인에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 교류협력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으로 인해 미국산 상품이나 기술이 10%이상 포함된 경우에는 북한으로의 반출이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성사되고 북미관계가 개선될 경우 개성을 비롯한 남북 경협지역으로의 설비 반출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 경제협력은 정치적 기류에 큰 영향을 받지만, 역으로 안정적 평화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협력과 정치적 환경의 선순환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이러한 선순환고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