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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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높여주는 IPTV로

  • 작성자최항섭  연구위원
  • 소속미래전략연구실
  • 등록일 2008.05.28

나는 TV를 많이 본다. 어릴 적부터 TV를 많이 봤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두고 TV키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를 특히 즐기는 나로서는 TV 앞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지상파만을 보는 아내는 케이블을 전혀 보지 않지만, 야구, 축구 중계를 봐야 하는 나로서는 케이블설치가 필수였다. 요금은 내가 원하는 채널이 다 포함되어 있는 `고급형' 요금으로 약 2만원 정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언제라도 볼 수 있는 IPTV라는 것이 나왔다. 인터넷을 TV 스크린으로 끌어오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지상파를 볼 수도, 스포츠 경기 생중계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나는 이미 Divx 플레이어를 통해서 인터넷으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TV스크린으로 통해 보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방송통신의 융합의 첫 번째 기수로 평가되는 IPTV 이기에 필자의 연구 영역의 넓히기 위해서라도 IPTV를 신청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난 주 결국 `연구차원'에서 모 회사의 IPTV가 우리 집 거실에 설치했다. 설치하고 나니 좋았다.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와 영화를 실시간으로 골라서 볼 수가 있었다. Divx 플레이어보다도 편했다. 일일이 컴퓨터 앞에 가서 로그인하고 콘텐츠를 골라 다운로드받아 저장할 필요가 없어졌다. 콘텐츠의 수 역시 생각보다 많았다. 지상파에서 이미 방송했던 수많은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이 가득 들어 있었고 계속 업로드 되고 있었다. 인터넷 `다시 보기'라는 서비스도 있지만 역시 TV 프로그램은 거실에 편하게 앉아 큰 TV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IPTV는 현재로서는 그야말로 `있으면 좋은 서비스'이지 `없으면 안되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이미 TV와 인터넷은 우리에게 공기와도 같은 `필수도구'로의 자리매김을 하였다. 드라마 재방송도 IPTV가 없어도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볼 수가 있지 않은가. 교육콘텐츠를 IPTV가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방송을 꼭 거실에서 보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도서관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개인동영상플레이어를 통해서 교육방송을 보면서 학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IPTV는 무엇인가? 다름 아닌 `실시간 재방송 TV'에 불과하다. 케이블 TV에서 하는 재방송을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해주는 TV일 뿐인 것이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지상파의 실시간 전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듯이 IPTV는 위성DMB의 슬픈 운명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TV와 인터넷은 분명 우리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켜준 측면이 크다. TV는 지구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영상과 음성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면서 우리에게 지구촌의 일원으로 살게 해 주었다. 인터넷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습득하게 해주었으며, 삶의 질의 핵심 중 하나인 인간관계의 복원까지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방송통신 융합의 결정체라고 불리는 IPTV는 어떠한가?

국민들에게 `실시간 재방송'만 해준다면 오히려 미디어 중독 현상을 낳아서 삶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높다. 이미 한국인들은 `TV를 끼고 사는 라이프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에서 IPTV가 원래 목적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고의 도구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면 `국민을 끼고 사는 TV'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IPTV에 대한 논의는 그 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만 논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5월 28일(수) 22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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