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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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방송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작성자정용찬  연구위원
  • 소속동향분석실
  • 등록일 2010.03.30

IPTV와 위성방송, 디지털 케이블과 같은 디지털 방송의 등장으로 시청자는 과거에 비해 더 생생한 화면과 좋은 음질의 방송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방송의 디지털화가 가져 온 더 큰 변화는 방송의 개인화(personalization)라 할 수 있다. 즉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전파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던 TV가 똑똑한 기기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에서는 TV 화면을 통해 방송 시청은 물론 인터넷검색과 메일 주고받기, 게임과 은행업무, 온라인쇼핑까지도 가능하다. 게다가 VOD(video on demand) 기능을 이용하면 저장된 프로그램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다.

TV 수상기를 통해 시청자가 댓글을 단다던지 정보검색을 하고 상품구매를 하게 되면 TV는 시청자의 행동을 통해 어떤 유형의 사람이 TV를 시청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불특정 다수의 얼굴 없는 시청자가 특정 개인으로 변화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거실에 놓여있는 TV는 가족 구성원 여러 명이 이용하기 때문에 DMB와 같은 개인미디어를 이용하는 경우처럼 개인별 시청 기록을 파악할 수 없지만 최소한 가족 단위의 시청패턴은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소비의 등장으로 미디어 기업들은 고객 알기와 고객과 관계 맺기를 의미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자의 이용정보를 활용하여 요금제 추천, 제휴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 통신회사가 이 분야에서는 선발주자이고, 구독자 감소로 활로를 모색하던 신문산업도 구독자의 특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세계신문협회는 ‘익명의 독자에게 신문을 팔던 시대는 과거의 일이고 고객에 대한 다양한 지식에서 이익이 나온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신문사도 콜센터를 설치해서 독자의 불만을 해결하고, 새로운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텔레마케팅을 시도하는가 하면 수십억 원을 들여 독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등 CRM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문의 독자 알기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면 방송의 시청자 알기는 사실 TV 등장 초기부터 시도되었다. 상업방송은 재원의 대부분을 시청자가 아닌 광고주로부터 조달했기 때문에 광고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을 어떤 시청자 집단이 보고 있는지 측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화조사, 시청일기 쓰기 등의 방법이 동원되었고 최근에는 피플미터(people meter)라는 기기를 이용해 시청률을 측정하고 있다.
 
피플미터가 표본조사(우리나라의 경우 약 2,000가구)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정보수집인데 반해 디지털케이블이나 IPTV는 가입자 전체의 시청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거실에 놓인 가족용 TV수상기를 통해서는 가족 개개인의 시청정보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 한사람에 대한 맞춤형 광고를 개발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TV의 진화로 개인 시청 정보의 유출, 무분별한 소비의 확산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다. 게다가 다른 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TV를 켜놓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표적인 ‘저관여’ 매체인 TV가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층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사용자의 불편함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지 않는 광고는 제외되고 관심 있는 광고만 골라서 전송 한다던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을 자막으로 미리 알려 주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간단히 전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홈쇼핑 방송을 시청하면서 제조사 정보와 소비자의 상품평을 함께 검색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소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TV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새로운 형태의 기술은 소비자에게 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변화의 과정에서 이름 없는 시청자가 ‘고객(customer)'으로 진화해 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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