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이면 「디지털전환 특별법」에 따라 지상파방송의 아날로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정부는 전면적인 디지털전환 시에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미 금년도부터 단양, 울진, 강진의 세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제주도가 그 대상이 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DTV Korea 등과 같은 방송사업자 연합 조직을 통하여 대국민 홍보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은 제작·송출·송신 설비의 디지털화 촉진이라는 방송사업자 측면 정책과 수신환경 개선, DTV보급 확산 등과 같은 수신 측면의 정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완결될 수 있다. 방송사들의 모든 설비와 콘텐츠가 디지털화된다고 하더라도 수신하는 이용자들이 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한 설비와 단말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전환의 실질적인 효과는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방송서비스 없이 직접 지상파방송을 수신하는 가구의 경우에는 DTV나 DtoA컨버터가 없이는 아예 방송수신이 불가능해진다.
이용자 정책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부분이다. 디지털TV 가격이 도입 초기에 비하여 많이 하락하였다고는 하나 저소득층에게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가격임에 틀림없으며, 디지털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주는 DtoA컨버터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하다고는 하나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디지털전환 정책 입안 초기부터 정부는 이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고민해 왔으며, 특히 그 대상을 어느 수준까지 포괄할 것인지가 그 핵심 사안이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전환 특별법」시행령 개정안을 통하여 저소득층 133만 가구에 대하여 DTV나 컨버터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임을 밝힌바 있다. 여기에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약 85만 가구와 유료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차상위 계층 47만여 가구가 포함된다. 이를 위하여 가구당 10만원을 지원할 경우 약 13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방통위는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기초생활수급권자 보다는 바로 그 위 소득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차상위 계층이다.
차상위 계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닌 자로서 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법률적 정의에도 불구하고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일관성 있는 통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차상위 계층은 단순히 기초생활수급권자 보다 ‘상위’에 있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소득의 감소, 가구원의 증가 등 상황이 바뀌거나 선정기준이 바뀔 경우 언제든지 수급권자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적인 빈곤층’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근 통신비 지원 등과 같은 몇몇 정부정책에서 이들 차상위 계층이 이슈가 되었던 것은 이들이 단지 잠재적인 빈곤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예 기초생활수급권자에 포함되는 계층의 경우에는 각종 복지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 약간 소득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 차상위 계층 중에는 실질적인 소득 수준이 수급권자 보다 오히려 더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일종의 ‘제도 운영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으로 47만여 명의 차상위 계층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자명하다. 이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추가 예산에 대한 논란이 정책집행 부처와 예산 담당 부처 간에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 담당 부처가 각 행정부처의 방만한 예산집행을 막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칭송받아야 할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제도 운영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당 부처의 합리적인 노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두 부처 간의 선의의 다툼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