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시대의 대표적 집단지성 모델인 위키백과는 그 동안 한국에서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 부진 이유로는 주로 ‘지식iN 대체설’이 거론되었다. 이는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78%이고, 그 중 지식iN 서비스가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데에 근거한다. 위키백과의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도 위키백과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지식iN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위키피디아는 물론 구글, 야후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독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인터넷 문화는 웹2.0 시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집단지성 사이트(한국어 위키백과, 지식iN, 미국어 위키백과, 야후 앤서즈) 참여자 6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첫째, 미국 참여자들이 한국 참여자들에 비해 정보의 다양성을 더 중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들이 정보의 다양성을 더 추구하기 때문에 단일의 답을 제시하는 위키에 비해 지식iN을 선호하리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다른 결과이다. 둘째, 평소에 선호하는 지식의 유형에 대해서도 한국의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협업형 모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참여자는 위키백과든 지식iN이든 차이 없이 미국에 비해 협업형 모델에 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에서 위키백과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 한국인이 역동적이고 개성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호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논거에 반하는 결과이다. 셋째, 한국과 미국의 집단지성 참여자를 구분하는 가장 설명력이 큰 변인은 지식제도인식으로 나타났다. 한국 참여자들은 미국과는 달리 토론, 협업, 집단보상, 자기조정, 공유, 수평검토, 과정중시 등 집단지성에 필요한 사회전반의 문화와 제도가 매우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위키피디아 부진’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설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양성과 역동성을 추구하는 한국 네티즌의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와 제도가 위키의 협업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가 대중에 인지됨에 따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 여러 곳에서 그것을 통해 집단지성을 실현해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의 위키를 통한 서울정보 공개, 중앙정부의 드림코리아 등이 그 예라 하겠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성공적인 결말을 보지 못하였다. 그것은 집단지성과 협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식정보문화 속에 공유와 토론과 협업의 DNA가 어느 정도 내재화되어 있는지를 깨닫지 않고서는, 웹2.0이든 3.0이든 미래의 디지털 융합환경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좀 더 멀리 보고, 더 본질적인 개선을 계획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한다.
첫째, 사회 전반에 걸쳐 토론과 협업이 사회나 조직의 지식증대는 물론 개인의 성과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다. 수직적 권위의식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생산적인 토론을 생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용자들의 인식과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지식이나 주장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 무조건적 비판이나 공격을 하기보다는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신이 보유한 지식을 타인과 공유할 때 보다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고, 타인의 지식을 나의 지식으로 만들 때 나의 지식도 진정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토론과 협업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교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학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체계에서는 토론이 억압되고 협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에서 최소한 개인의 안건이 토론을 통해 점차 개선되고 발전되는 것을 경험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일방적 강의보다는 원형의 책상배치를 통해 그 날 배울 내용을 사전에 토론하는 식의 작은 실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금의 초등학생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만큼 인터넷 친화도가 높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토론식 교육의 비중을 확보하고 거기에 위키와 같은 협업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온라인-오프라인 토론 및 협력교육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위키, 혹은 하이브리드형 위키 방식의 변용된 플랫폼의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즉 한국어 위키백과가 네이버 지식iN 때문에 잘 안된다는 주장은 일면 맞지만 틀린 점도 있다. 많은 이용자들이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게시판 문화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위키 방식의 발전적, 집단적 협업 방식의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키 방식의 장점은 취하되, 기여를 많이 한 사람들의 아이디 등을 적극 노출시키는 등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변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도 인터넷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생각해야 롱런할 수 있다.
우리의 지식문화가 위키백과와 같은 개방과 협업의 사회적 생산방식에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향후 네트워크 정보경제에서 지식생산의 주요 양식으로 등장할 ‘개방형 지식생태계’의 형성에 상당한 취약점이 될 우려가 크다. 벤클러나 브런스, 탭스코트 등의 학자들은 정보 및 콘텐츠 생산에 있어 개방과 협력에 근거한 생산방식이 기존의 산업적 생산을 대체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비즈니스 모델의 영역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인터넷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