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전용 부스 하나 설치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많은 기업이 애플을 의식하면서 신제품을 선전할 정도로 소리 없는 전쟁터였다.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채택한 진영의 선두주자인 삼성은 물론이고 이번에 휴대폰 신제품을 보인 LG도 태블릿PC에까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해 성능으로 애플을 밀어내려고 했다. 확실히 속도만 본다면 이제는 아이폰이 꽤 느리다고 생각할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휴대폰과 PC 성능을 구별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지만 과연 비싼 휴대폰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커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동영상 전송, 편집 기능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 것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LG의 3D 스마트폰을 설명하던 안내자가 바르셀로나 시내를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비싼 3D 카메라를 구입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의 라스베이거스 방송장비 시장의 주요 화두인 3D 카메라가 이제는 휴대폰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방송중계차나 해외 특파원을 거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의 3D 화면으로 전 세계 실시간 방송을 보내는 시기가 곧 올지 모른다.
세계 제1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자신의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버리고 MS 윈도7을 채택하면서 윈도폰 제조업체로 방향을 전환한 것도 중요한 사건이다. 구글과 애플로 휴대폰 시장이 양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작년의 전략적 파트너인 인텔을 버리고 MS를 선택한 노키아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를 내세워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전략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더욱이 MS는 게임단말기인 X박스와 윈도폰을 연동시킴으로써 오락 시장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욕심도 비쳤다.
장비 제조업체인 알카텔루슨트가 4세대 망 구축을 겨냥해 작은 장난감 같은 무선안테나를 선보인 것은 급증하는 이동통신량을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안이다. 통신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큰 용량의 중계시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다. 반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SK텔레콤과 같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네트워크의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 클라우드 네트워크 개념을 통해 나름대로 차세대 망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동통신망 구축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실감케 했다.
세미나 중에는 모바일 광고 세션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본 것은 이번에 특별 세션을 만든 모바일 결제였다.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신용카드사를 인수한 것처럼 모바일 결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의 공통 관심사였다. 최근의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을 일관되게 선보이고 있는 애플 덕분에 모바일 결제 기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유료화되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늦게나마 뛰어든 야후의 노력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에 좋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야후는 모든 종류의 스마트 기기, 애플이든 구글이든 어떤 운영체제라도 호환되는 맞춤형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어서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을 이번에 발표했다.
그만큼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전략, 특히 유료 앱 시장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네트워크 등으로 이루어지는 모바일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글로벌 전쟁에서 방심한 사이에 경쟁력을 상실한 인텔, 노키아, 야후 등의 이름이 우리에게도 해당될 수 있음을 MWC는 소리치고 있었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2월 17일(목, 39면) [오피니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