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중국 고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는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이 아닐까 싶다. 적벽대전은 중국의 삼국 시대, 통일을 목표로 세력을 계속 팽창하던 조조의 80만 대군에게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 10만이 대항하여 양자강에서 벌어진 큰 전투로 유비의 촉나라가 세워지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전투로 평가된다. 이 적벽대전에서 손권과 유비가 승리한 요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으나,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은 ‘제갈량의 동남풍’으로 화공(火攻)작전을 위하여 당시 계절과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제갈량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따르면, 제갈량은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빌려오는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런 제갈량에게 어떤 노인이 말했다. “초겨울에 미꾸라지 배가 뒤집히면, 이튿날 닭이 울기 전에 동남풍이 올 것이다.” 노인은 경험이 많은 법이다. 경청할 필요가 있었다. 제갈량은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관찰했다. 과연 노인의 말처럼 미꾸라지가 뒤집히고 바람이 밀려왔다. 결국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하고 화용도(華容道)에서 적토마를 탄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수모를 겪고, 위나라로 돌아갔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확한 정보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이러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사례는 삼국지와 같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도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서 실패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방송통신 산업에서도 경영 전략 및 정책적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정보들이 언급되곤 한다. 통신 서비스별 회계정보, 통화량 등이 대표적인 지표들이다. 회계정보는 매출액, 영업수익, 영업비용 등의 회계용어들로 널리 알려진 반면에, 통화량은 조금 생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화량이란 통신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의 물리적인 통화 호(call)를 시간단위로 측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음성전화에서는 통화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방송통신 산업에서 통화량은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송통신 산업에는 통신요금, 접속료, 도매대가 등 단위당 요금을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규제영역이 있어서, 정책당국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통화량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방송통신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인터넷이 급속히 성장하고, 유·무선 서비스 간의 대체 및 융합 현상, 음성 및 데이터 서비스 간의 융합 현상이 빠르게 진전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송통신 시장의 급속한 변화를 일컬어 ‘All-IP 네트워크 수렴’ 또는 ‘스마트 혁명’이라고 한다. 이러한 용어의 핵심 요지는 기존의 음성이 중심인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구조가 IP 기반의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통신 시장의 이해관계자 및 참여 형태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스마트 혁명의 도래는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mobile ecosystem)를 형성하여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구조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기존의 방송통신 시장의 규제 패러다임과 경영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방송통신 환경의 정책적 의사결정 및 합리적 경영판단을 위한 핵심적인 정보로서 데이터 통화량 집계 및 검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바일 생태계의 형성에 따른 중·단기적인 다양한 정책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의 경험 및 사례, 이론적 접근 등도 중요하지만, 정량적인 분석을 위한 정보의 파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통화량에 대한 정량적인 수치를 알지 못한다면, 데이터 통화량 수요에 대응하는 차세대 망투자의 적정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방송통신 패러다임인 스마트 생태계 하에서 우리나라의 IT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핵 방향 및 경영 전략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데이터 통화량 집계 및 검증에 대한 정책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천년 전 나관중이 쓴 삼국지에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 ‘제갈량의 동남풍’을 발견하고, 문득 정보가치의 중요성이란 측면에서 ‘데이터 통화량’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