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술이 “그 자체의 발전논리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동일한 경로를 통해 발전한다.”는 『기술결정론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미래학자들의 주장을 우리는 많이 접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가진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제3물결 또는 정보사회에 대해 다루고 있는 앨빈 토플러나 다니엘 벨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관점에서는 기술을 독립변수로, 사회를 종속변수로 보고, 사회와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발전한 기술이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관점에서 현재와 미래사회의 변화를 규명하고 전망한다.
최근에는 이와는 대조적인 입장에서 있는 『기술의 사회적구성론』이 기술결정론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술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기술변화는 정치적, 경제적, 조직적, 문화적인 요소들로 구성된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복잡한 과정”이며, “이러한 사회적 요인들에 따라 기술변화의 속도, 방향, 형태, 결과 등이 다양한 사회구조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브로노 라투어나 미셀 깔롱은 『행위자-연결망』이라는 모델을 제시하여 기술의 사회적구성론을 새로운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구성론에서의 과학과 기술의 구분을 없애고, 과학․기술과 사회의 구분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행위자-연결망은 인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기술결정론에서 기술의 사회적구성론 또는 행위자-연결망 모델에 이르기 까지 기술과 관련된 사회적인 의미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과 관련된 사회적인 의미의 실천적 그리고 정책적인 함의’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영향평가』및 『기술전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 과학․기술 연구기관에서 “기술의 진보 방향과 속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기술적인 예측』이라면, 『기술영향평가』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부정적 또는 긍정적인 영향과 효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영향평가에서는 처방적인 개념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 또는 예방하고자 하는 의도가 존재한다. 이들과는 다른 의미로『기술전망』은 “국가 및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인 과학․기술 연구 분야 및 미래 유망 과학․기술 분야를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즉 기술 전망이란 전략적이고 미래적인 과학․기술분야의 발굴을 위하여 과학․기술, 경제, 조직,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미래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기술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하고, 투쟁하는 정치적인 성격을 점점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단적으로 글로벌 기술 표준화는 국가, 산업, 기업, 과학․기술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복합적인 정치적 투쟁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술전망에 대한 의미나 가중치는 선진국일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일수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이들 사이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지식의 공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단위에서 과학․기술 지식을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정책적 결정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여, 미래의 성장동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술전망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서구 여러 나라들이 앞 다투어 제시하고 있는 미래국가 보고서(미국, EU, 일본 등)가 이러한 노력의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래기획위원회의 국가 미래비전 수립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 및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방송 및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분야에 대한 기술 예측 또는 전망에 있어, 이러한 기술과 관련된 사회적인 논의가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술 결정론적 관점에서 ICT 기술예측 및 ICT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사회구성론적인 관점에서 ICT와 사회 간의 상호 작용 및 공진화를 고려하여, 국가의 정책 또는 전략과의 연계성을 분석하는 미래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ICT 트렌드 및 ICT 발전과 관련된 사회적인 인과관계, 파급효과(결과), 불확실성, 기술대안, 정책 및 제도 등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전망하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미래연구의 지속적인 추진과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