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만 5년이 지났다. 아이폰의 출시로 촉발된 글로벌 IT시장의 지각변동은 대지진으로 평가될 만큼 그 강도와 범위에 있어서 이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이폰 쇼크(iPhone shock)로 인한 지각변동의 큰 틀이 일견(一見) 마무리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근본적인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플ㆍ구글ㆍ삼성전자 등 새로운 주도자를 중심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진(本震, mainshock) 이후 여진(餘震, aftershock)이 뒤따르며, 시장의 급격한 지형변화 뒤에 나타난 현재의 양상은 그간 축적된 에너지(소비자의 요구, 파괴적 기술 등)와 결합하여 또 다른 변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인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향후 지각변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먼저, 글로벌 사업자들의 수직적 통합 움직임이다. 아이폰 쇼크 이후 글로벌 사업자들은 인수합병, 또는 관련 분야로의 직접 진출을 통해 핵심 영역을 수직통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ㆍ구글ㆍMS가 자신의 독자적인 태블릿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하드웨어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그 명분이 무엇이든 이로 인해 현행 경쟁구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이들 기업의 수직통합 움직임 속에서 타사 플랫폼에 대한 의존의 의미, 지속 가능성, 대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기가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는 림(RIM)과 노키아에 대한 인수합병(또는 이들의 특허에 대한 포괄적 인수)도 경쟁 구도의 큰 틀에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시리(Siri)와 같은 음성인식, 상황 인식(context-aware) 인터페이스가 주목된다. 이 기술들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향후 스마트 단말 경쟁력 측면에서 터치 인터페이스에 못지않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검색, SNS, 동영상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대량의 정보(빅데이터),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하둡(Hadoop,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플랫폼)과 같은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성인식과 상황인식 인터페이스, 빅데이터 관련 기술들은 ICT 지각변동의 범위를 통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각종 가전(connected devices) 시장, 점차 전자장치로 변해가고 있는 자동차 시장으로 확대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제 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가의 소비재인 스마트 단말에 대한 수요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2012년 상반기 국내 IT기업의 미국과 EU으로의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21.7%, -17.5%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는 그간의 ICT 지각 변동으로 사업 기반이 약화된 기업의 어려움을 한층 더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마트 단말 시장에서 가격이 중요한 경쟁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7인치 태블릿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수요는 7인치라는 크기의 유용성에 관한 것도 있지만 적당한 성능의 `저렴한(250달러 이하)' 태블릿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한 현상일 수도 있다. 스마트 단말 제품의 포트폴리오와 가격 수준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전략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5년 전 아이폰으로 시작된 글로벌 ICT 시장의 지각변동,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7월 31일(화)자 22면 오피니언 [디지털산책'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