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의 경쟁당국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사업자인 구글에 대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경쟁 당국이 조사하고 사항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EU는 공개 서신을 통해 자신들의 우려 사항을 몇 가지 밝혔다. 이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사항은 검색 서비스의 중립성에 관한 것으로, EU에 따르면 구글은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검색 순위의 상단에 위치시킨다고 한다. 즉, 구글의 검색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구글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었고, 검색 서비스의 편향성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몇몇 민사소송이 이미 진행 중에 있다.
규제기관의 법적 조치와 더불어 검색 중립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도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글의 검색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고, 한국에서는 구글보다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사업자의 검색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논의는 항상 가장 큰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는 과연 제3자가 검색의 중립성을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검색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검색 사업자가 자신들의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에 의도적으로 검색 순위를 조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도적 조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검색 사업자의 기본적인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알아야 하고, 이에 어떤 의도적 조작을 취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색 순위 알고리즘의 세부 사항을 제3자가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제3자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이 외부에 공개되었다면, 해당 검색 엔진은 검색 엔진으로 작동할 수 없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은 기업의 핵심역량으로서 이를 외부에 공개하게 된다면, 모든 기업들이 이를 모방하게 되어 해당 검색 사업자의 경쟁력은 모두 소실된다. 더욱이 검색 엔진 사이의 차이가 모두 퇴색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인 혁신을 침해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어뷰징으로부터 검색 엔진을 방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뷰징이란 의도적으로 검색 순위를 상승시키기 위해 콘텐츠의 내용을 조작하거나 검색 쿼리를 기계적으로 입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만약 콘텐츠 제공자가 검색 알고리즘을 알게 되면, 저질의 콘텐츠도 검색 순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검색 순위 알고리즘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법원이나 일부 정부기관에서만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열람하여 그 중립성을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법학자들은 연방 정부 차원의 검색 중립성 감시 부서를 창설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알고리즘이 유출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 건의 유출 사고만으로도 기업의 존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더욱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가의 신뢰성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미 네이버나 구글이 검색의 중립성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를 통해 ‘투명성 리포트’를 발간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구글도 투명성 리포트를 인터넷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리포트들도 검색 순위 알고리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나 트래픽 등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는 문제에 국한되어 있어, 검색 중립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검색은 인터넷의 관문이며 ICT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러므로 이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검색의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조치의 성패는 위에서 언급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