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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계, 시계인가 컴퓨터인가

  • 작성자공영일  부연구위원
  • 소속국제협력연구실
  • 등록일 2012.12.04

어떤 사물에 대한 인식은 시기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것도 과거에는 지금의 인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우리가 손목에 착용하고 다니는 시계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손목시계는 1900년대 초기에는 시계라기보다는 팔찌(Wristlet)로 인식되었다. 당시에 시계는 포켓 시계(pocket watch)를 의미했으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머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남자들이 손목시계를 차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손목시계를 차느니 차라리 스커트를 입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였다고 한다.

손목시계에 대한 마초(macho)적 인식은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의 특징 중 하나는 전투기ㆍ잠수함ㆍ함포 등의 기기 투입으로 군사 작전의 동기화(synchronization)가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라는 정보의 동기화와 실시간 확인이 중요해졌다. 분초(分秒)를 다투는 전시 상황에서 중요한 정보인 시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의 편의성이 `남성답지 못한 물건'이라는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총포탄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한 손으로는 소총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머니에 있는 포켓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군인 아저씨 상상해 보라.

제1차 세계대전이 손목시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지만, 손목시계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1970년대 배터리 기술(쿼츠 무브먼트)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었다. 세이코ㆍ시티즌 등 일본 시계업체들은 이 기술을 활용하여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였으며, 수공업 방식으로 기계식 시계를 생산하던 스위스 업체들의 시장을 크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대량생산과 시계 가격의 대폭적인 하락으로 시계는 이 시기부터 신분 과시용 재화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시계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symbol)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시기부터 시계가 보편적인 재화로서의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최근 손목시계는 다시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ㆍ태블릿으로 이어지는 개인용 기기의 `스마트화(化)' 물결이 시계로 확산 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에 통신과 컴퓨팅 기능을 결합한 스마트 시계(Smart Watch)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발신자 표시나 문자ㆍ일정ㆍSNSㆍ이메일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며, 뮤직 플레이어ㆍ문자보내기ㆍ전화걸기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소니와 모토로라ㆍ아임 SpAㆍ이담정보통신 등이 이미 제품을 출시했으며,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페블 와치(Pebble Watch)라는 시제품으로 한 달여 만에 1000만 달러를 조달한 페블(Pebble)은 내년 초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도 지난 10월 스마트 시계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여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물론 현재의 시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시계 업계의 판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컴퓨팅ㆍ디스플레이ㆍ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의 진화방향에서 이미 시계, 안경과 같은 소품이 가진 정보 단말로서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이 기기들의 주용도(主用途)에 관한 변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인가, 컴퓨터인가? 스마트시계는 시계인가, 컴퓨터인가? 손목이라는 자리는 어떤 제품, 어떤 기업의 자리가 될 것인가?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현명한 관찰(smart watch)과 시계(視界)의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12월 4일(화)자 22면 [디지털 산책]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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