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國富), 곧 가치는 그 흐름의 관점에서 창출·관리·소비의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대선 기간에 대학 반값등록금, 진료비 국가 부담 등 가치 소비 영역에 대해 여야 후보 간에 상세한 토론이 있었다. 그리고 선거 후에는 세제감면 축소, 예산편성 등 국가 재원 관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활발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18년 이전에 국민소득 2만 달러의 트랩에서 벗어나 속히 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여러 경제 전문기관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향후 성장률을 3% 이하로 낮게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경쟁에서 미국·독일·일본의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높고, 중국은 양적 성장과 함께 빠르게 과학기술 투자 규모와 역량을 키우면서 우리의 턱밑까지 따라와 있다. 선진국의 고가와 고품질 시장, 중국의 저가와 중품질 시장 틈새에서 중가와 중품질로 버티고 있는 한국은 신속히 고가와 고품질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시장,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론을 제시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하는 우리 경제의 발전 전략으로 시의 적절한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 못지않게 경제 전문가들의 가치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모색 활동도 새 정부의 성공에 중요한 일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으로 제시된 중소기업 지원, 창업 활성화, 융합 신기술 기반의 창의산업 육성, 정보통신·콘텐츠 산업 활성화 등으로 기대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기존의 일자리가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다양한 실행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의 일자리가 어느 시점에 창출되며, 또한 그 새로운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를 어느 정도 대체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정부의 정책 수단이 기존 기업의 고용확대와 창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세수(稅收) 증대를 통해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확대하고, 또한 복지지원 대상인 실업자와 미취업자를 줄여서 복지 지출 증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 정리해고 억제, 정년연장 등의 방법으로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방안의 효과는 크지 않다. 사실상의 실업자가 390만 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향후 5년 동안 새 정부는 20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MS, 애플,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글로벌기업의 성장 사례에서 보듯이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의 대부분은 정보통신·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거나 그것과 결합된 전자·자동차·기계·건축·에너지·유통·의료 등의 분야의 혁신적 소재·제품·서비스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콘텐츠가 직간접적으로 만든 일자리는 생산성과 소득이 높고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이기도 하다.
스마트 미디어에 친숙한 한국의 2030세대는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원주민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이들의 자유로움·상상력·도전의식·글로벌 인식 등의 에너지는 창조경제의 좋은 토양이다. 새 정부는 2030세대의 에너지를 창조경제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로 이끌어가기 바란다.
* 본 칼럼은 문화일보 1월 8일(화) 31면 오피니언 [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