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1)개최의 직접효과 (1,023억원)와 2)간접효과(21조 4,553억~24조 5,373억원)를 합쳐 총 21조 5,576~24조 6,395억원에 이르며 3)계량화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는 이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G20 정상회의와 기대효과, 삼성경제연구소, 2010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 총 경제적 효과 : 약 64조 9,000억 원, 직접적 효과(올림픽 관련 투자 및 소비 지출 효과) : 21조 1,000억원, 간접적 효과(올림픽 개최 이후 10년 동안의 경제적 효과) : 약 43조 8,000억 원”
- 현안과 과제,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 현대경제연구원, 2011
“고려대 경제학과 곽승준 교수(국제정책연구원 정책기획실장)는 12일 선진한국포럼이 개최하는 '한반도 운하 대토론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한강,낙동강,영산강을 잇는 운하)건설로 인한 사회적 편익은 37조 4999억원,사회적 비용은 16조2863억원으로 총 비용대비 경제적 편익이 최소 2.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 한경닷컴, 이정선 기자, 2007.5.1
보고서마다 천차만별인 저런 숫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지? 지금부터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정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산업연관분석에 대해서 비판하고자 한다. 산업연관분석의 본래 기능이라면 아마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국책 사업 시나리오들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비교하는 것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국가가 하려는 정책이나 사업의 정당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산업연관분석 방법을 고안한 웨슬리 레온티에프는 1973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세계 경제의 주류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로 이름을 떨치던 하이에크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 바로 이듬해인 1974년이니, 레온티에프를 너무 구식으로만 몰 필요는 없다. 의외로 단순한 선형대수 모형으로 만들어져 행렬을 배운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산업연관분석은 지나친 선형 관계의 가정이나 경제 활동의 동적 행동(dynamic behavior)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받지만 그 중에도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결과의 그럴듯함’으로 인해 정책결정자들에 의해 또는 그들의 요구에 의해 너무도 빈번히 악용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어떤 사업 또는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가 1조원이다”라고 누가 말하면, 산업연관분석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그 사업을 하면 1조원만큼 부유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G20 회의가 끝났는데, 경제적 효과로 발생한다는 그 수십조는 지금 누구한테 있냐고 묻는다. 아주 틀린 말만은 아니지만, 정부가 빚을 1조원 내서 그 돈으로 지우개를 1조 원어치 사기만 해도 우리나라 지우개 산업에 대한 직접 효과는 1조원이고, 지우개 공장들은 뜬금없는 특수에 미친 듯이 지우개를 만들기 위해 고무를 사고 잉크와 포장지를 살 것이니 고무 공장과 잉크 공장과 포장지 공장이 또 간접 효과로 몇 천억 또는 몇 백억의 효과를 누릴 것이다. 이러한 직 간접 효과를 모두 합하면 정부가 빚 1조원을 낸 결과로 생기는 경제적 효과는 적어도 1조 원 보다는 클 텐데, 과연 이것이 좋은 효과라 말할 수 있을까? 갑자기 펑펑 남아돌아 전 국민에게 배급된 지우개는 제대로 쓰지도 않고 버려지는 것만 몇 백억 원어치가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경제적 손실로 계산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사업 또는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가 1조원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계산을 얼마나 정확하게 했느냐와 상관없이 대부분 별 의미 없는 말이 된다. 이 말이 약간이라도 뜻을 갖기 위해선 상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이 더 추가되어야 한다.
“같은 비용을 써서 다른 사업을 했을 때와 비교해 얼마나 더 효과가 큰가?”
사실 정부가 하는 사업은 빚을 내건 재정을 쓰건 돈을 많이 쓸수록 경제적 효과는 크게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돈이 그냥 버려지는 것도 아니고 또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받게 될 돈이니 일단 쓴 돈은 쓴 만큼 고스란히 직접 효과에 포함된다. 경제적 효과는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를 합한 것이니 정부지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늘린 만큼 경제적 효과도 늘어난다. 이래서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산업연관분석이 그나마 조금 의미가 있는 이유는 정부가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디에 지출했는가에 따라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의 차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산업에 따라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파급효과란 산업 A가 생산을 증대시킴으로 인해서 그 증대된 산업이 다른 산업 B로부터 더 많은 재료를 필요로 하게 될 때, B 산업에서 재료를 만들어 팔아 덩달아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을 말한다. 즉, 다른 산업으로부터 이것저것 재료로 많이 사와서 완제품을 만드는 산업일수록 파급효과가 크다. 산업연관분석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이미 만들어 놨고, 굳이 분석을 하지 않아도 사실 정부 지출을 어디에 쓰면 경제적 효과가 더 큰지는 이미 표에 나와 있다.
이런 숫자를 영향력 계수라고 하는데, 이보다는 생산유발계수 행렬의 열 합이 더 정확한 숫자이다. 생산유발계수 행렬의 열 합이 의미하는 것은, 해당 산업에 1만큼 정부든 소비자든 최종 수요가 늘어났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돈으로 따져서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5년 산업연관표 대분류표에서 건설업의 생산유발계수 행렬 열 합은 2.55이다. 이는 1조원의 최종 수요가 건설업 부문에 추가로 발생했을 때 국가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2조 5천5백억 원이라는 뜻이 된다. 투입 대비 효과가 255%이니 굉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수치는 산업 대분류 28개 산업들 중 15위에 불과한 수치이다. 28개 산업에 대해서 이 숫자들의 평균을 구하면 2.61이다. 즉 건설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평균에 못 미치는 파급력을 가졌다. 2.55에 이 평균인 2.61을 나누어서 나오는 0.97이라는 숫자가 바로 영향력 계수이다. 영향력 계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55라고 하면 그냥 큰 숫자인 줄만 알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0.97이라고 하면 건설업의 파급력이 전체 산업의 평균 파급력보다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평균은 1)
하지만 이 영향력계수 또한 현실에 적용하려면 또 다른 문제에 부닥친다. 28개 대분류 산업 중 영향력 계수가 높은 것부터 순서대로 뽑아 보면 다음과 같다.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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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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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효과
|
영향력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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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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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금속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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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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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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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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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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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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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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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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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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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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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
4위
|
전기 및 전자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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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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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
일반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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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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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다들 묵직묵직한 제조업 분야이다. 최근엔 경제구조가 제법 고도화된 우리나라도 금융업이나 서비스업, R&D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산업연관분석에 의하면 정당성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산업연관표가 설명을 못할 뿐이다. 그렇다면 산업연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유감스럽게도 별로 없다. 지금 같은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국민에게 혼란만 주는 이런 분석 결과는 안 내놓는 것이 상책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사실 이 분석을 수행하는 사람은 분석하기가 점점 쉬워진다. 정부가 어떤 정책안을 내놓거나 사업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이니, 위에 인용된 문건처럼 참조할 수 있는 문서가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 등등 여러 가지 숫자들이 지난 보고서들에서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우린 이 문서들과 산업연관표를 참조하여 우리 고등학교 반창회 모임을 열었을 경우의 경제적 효과까지 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