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 노출된 한 편의 간접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을 한 사극 드라마에서 육류 및 냉동식품을 판매하는 모 기업의 상호가 한글로 표기된 간판이 화면에 크게 잡힌 것이다. 우연의 일치려니 넘긴 시청자도 있었겠지만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는 정식 계약에 의해 삽입된 간접광고였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2010년 방송법 개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간접광고가 허용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모습이다. 간접광고의 정의는 “방송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방송법 제73조 제2항 제7호)”이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가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않도록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방송법 제73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간접광고 허용으로 인해서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 사이의 엄격하게 존재하던 경계가 불문명해지게 된다. 간접광고 허용은 침체된 방송광고 시장을 다소나마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국제적인 추세라고도 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2007년 제정된 EU의 시청각미디어지침이 이전에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간접광고를 허용하게 되고,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순차적으로 간접광고를 허용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간접광고 허용의 정책적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간접광고 시장의 규모는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활성화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니, TV만 켜면 간접광고가 너무 많아서 프로그램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려운데, 간접광고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시청자가 흔히 간접광고로 알고 있는 상당수의 프로그램 중 상품 및 장소 등의 노출이 합법적인 간접광고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협찬을 통한 음성적인 간접광고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접광고가 방송법을 통해서 방송광고의 한 유형으로 인정받기 이전에는 협찬주가 외주제작사에게 제작 경비 및 물품 등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협찬주의 상품을 방송프로그램 중에 노출시키는 형태의 음성적인 간접광고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와 같은 음성적인 간접광고는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 사이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방송법상에서 용납되지 않는 광고 형태이다. 하지만 외주제작사의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재원 확보 지원 차원에서 상표가 드러나는 등의 노골적인 노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관련 규제의 엄격한 적용을 암묵적으로 유예해온 것이다.
문제는 2010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서 음성적인 간접광고를 양성화해 간접광고가 합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작협찬을 통한 음성적 간접광고가 성행하고 있고 이로부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방송법은 간접광고가 포함된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이와 같은 사실을 프로그램 시작 전에 시청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간접광고 포함 사실을 시청자가 인지하도록 함으로써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작협찬을 통한 음성적인 간접광고의 경우 이와 같은 시청자 고지의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간접광고가 포함된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간접광고에 노출됨으로써 시청자가 기만 또는 오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방송법 개정을 통한 간접광고 개념의 재정의, 외주제작사에 대한 간접광고 판매권한 부여, 제작협찬의 간접광고 포함 등의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논의만 무성하고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러한 규제공백이 지속될 경우 간접광고의 순기능까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으며 궁극적으로 방송이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