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검색 검색 메뉴

전문가 칼럼

No Image

통신시장에 불고 있는 격세지감(隔世之感)

  • 작성자김진호  위촉연구원
  • 소속통신전파연구실
  • 등록일 2013.05.27

이동전화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90년대 중후반에는 음성통화 서비스요금이 유선전화에 비해 다소 비쌌다. 오랫동안 고가의 상품으로만 인식되었던 핸드폰을 손에 쥔 많은 청소년들은 편의와 약간의 멋을 위해서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지만 월말에 나오는 엄청난 요금으로 인해 어머니께 등짝을 맞기 일쑤였다. 당시 신문에서도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자주 사용하는 수신번호를 미리 지정하면 통신료가 절감되는 서비스’ 등을 소개해주곤 했다. 지갑이 두둑하지 못했던 연인들은 주간보다 최대 절반정도 요금이 저렴하거나 혹은 서비스에 따라 무료통화가 가능했던 심야할인요금을 사용하기 위해서 밤 12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뜬 눈으로 통화를 하곤 했고 결국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강의를 들으러 갔다. 휴대전화를 본격적으로 처음 접했던 그 시절 우리들에겐 항상 이동통신 요금은 다소 비싸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최근 한 이동통신 사업자가 망내통화 완전 무료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를 필두로 다른 사업자들도 특정 요금제 이상 가입한 경우 이동전화 간 망내외 무료통화가 가능한 요금제를 선보였고, 또 다른 사업자는 유무선 간에도 망내외 통화가 무료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결국 처음으로 망내통화에 국한되어 통화요금이 무료인 요금제를 내놓았던 사업자도 망내외 모두 무료인 요금제를 도입했다.

물론 무료 이동전화 요금제가 등장한 이면에는 지금까지 통신시장에서 흘러나왔던 여러 잡음들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듯하다.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도하게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3개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약 20일간의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일간신문사는 망내통화 무료 요금제를 돈 쓰고 욕먹는 보조금 전쟁을 그만하자는 의미로 해석했다. 기존의 보조금 위주의 경쟁정책 대신 새로운 묘수를 가지고 나온 것이다.

또한 무료 음성통화 요금제의 등장은 더 나아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한 뜻을 알고 있던지 혹은 그렇지 않던지 한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차지한 남매가 부르는 ‘All-IP’라는 용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서비스를 알게 모르게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점점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료에 따르면 월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도 2010년 430TB에서 2012년 말에는 47,963TB까지 증가하였다. 이제 이동통신시장이 기존의 음성통화 위주의 서비스에서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로 숨 가쁘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음성통화 중심 요금제의 자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아직은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와 서비스의 도입은 우리의 행동양식과 음성통화 서비스에 대한 관념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가계통신비를 조금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자주 볼 수 없는 연인들은 통화요금 걱정 없이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또한 데이터 중심의 이동통신 서비스로의 전환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소 높았던 통화요금으로 인해 전화를 걸 때마다 조금은 가슴을 졸이며  눈치를 보았던 90년대를 돌이켜 보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지금의 변화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오늘은 퇴근 후 시골에 계신 어머니와 밤새 맘껏 담소나 나눠야겠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한유경
  • 연락처043-531-4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