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핵심적 국정과제로 부각되면서 ICT 분야에서도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 및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ICT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ICT기반 경제사회로의 이행을 연일 독려하기도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요소로서 ICT야말로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가 서로 밀접하게 관계를 형성하는 스마트 생태계로 전환하는 기폭제라는 것이다. 물론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ICT정책들에는 선도적인 기술 및 산업 육성,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 벤처창업 기반 마련 등과 같이 주로 기술과 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ICT분야의 진흥과 융합 활성화를 통해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는 정책적·제도적 노력들이 C-P-N-D 기술·산업 생태계의 수준을 넘어 공공생활 인프라 및 이용자 문화의 측면에까지 국민의 보다 다양한 생활적·문화적 요구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생활영역에서 ICT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생산·공유함으로써 창조경제의 비전에 대한 공감을 확보하려는 사회문화적 공간 창출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 ICT를 매개로 하여 창조경제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나는 ‘정보문화’라는 정책 개념이 이러한 요구들을 잘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보문화’는 ICT를 통해 삶의 의미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지적·도덕적·심미적·실천적 역량을 드러내는 새로운 문화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정보문화’ 개념은 정보화정책 또는 ICT정책의 한 하위영역으로 홀대되어온 측면이 없지 않으나, ‘정보문화’가 ICT를 향유하는 국민들의 삶과 규범을 반영하는 한에 있어서 오히려 ICT정책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보문화는 ICT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PC통신시대의 ‘정보문화1.0’, UCC와 인터넷 커뮤니티 시대의 ‘정보문화2.0’, 그리고 최근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정보문화 3.0’으로 진화하고 있는 바, 특히 ‘정보문화3.0’은 ICT의 창의적 활용역량 제고를 통해 국민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정책운동’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정보문화3.0’은 개방·협치·소통 등 ‘정부3.0’의 핵심 가치를 문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정부3.0시대의 새로운 정보문화인 셈이고 ICT를 매개로 국민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북돋우는 새로운 정책공간으로서 향후 본격화할 창조경제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정보문화 3.0’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ICT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학습기회와 이용기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며 이에 대해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학습조직’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새로운 지식의 창조·획득·공유 등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 개개인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시킬 수 있는 정책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예컨대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서 창의성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갈등구조로 부각되고 있는 ‘신(新)정보격차’ 극복, △스마트 미디어 등 ICT가 제공하는 정보자원에 대한 접근 기회의 확대를 넘어서서 그것을 문화적으로 활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주체적 능력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초-중-고, 대학 등에서 융합적·통섭적 사고로 무장하여 언제 어디서든 ICT의 창의적 활용·생산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창조경제 또는 정부3.0은 공히 국민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발현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제 기술-시스템 중심의 혁신 생태계 보다는 사람 중심의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아마도 인문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창의적 인재양성, 민관 협력의 새로운 정보문화 거버넌스 형성 등은 ‘정보문화3.0’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부각될 것이다. 앞으로 ‘정보문화3.0’의 비전과 가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ICT정책에 대한 연구와 개발에 좀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