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2%를 웃도는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보급률을 자랑한다. 보통의 IT 영역이 그러했듯이, 스마트폰 분야 역시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이용자 이슈들이 제기되곤 하는데, 기기와 함께 앱들을 미리 깔아두는 선탑재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크게 4가지 정도—애플의 iOS, 구글이 참여하는 안드로이드(Andriod), RIM의 블랙베리, 그리고 노키아의 심비안—로 나뉘며, 이중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표준을 이끄는 것은 iOS와 안드로이드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12월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안드로이드의 비중은 37% 정도이며 애플의 iOS는 31% 가량을 점하고 있다(출처: StatCounter Global). 다만, 국내의 경우 안드로이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서 2013년 5월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의 92% 가량이 안드로이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에서 선탑재 앱이란 이용자가 기기에 어떠한 별도의 앱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기에 이미 깔려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지칭한다. 대개 이러한 선탑재 앱들은 이용자가 지울 수 없게 설정되는데, 여기에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애플의 경우 가장 강력한 선탑재 방침을 취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 불만이 거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애플은 iOS를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용하며, OS-앱생태계의 기반구조-기기제조까지 모두 일괄하고 있기 때문에 선탑재되는 앱은 오직 자사의 것으로 한정된다. 언뜻 이는 소비자 불만이 높을 수 있는 형태이나, 실상은 정반대다. iOS에 선탑재되는 앱은 수와 차지하는 용량 모두에서 비교적 경미하며, 앱들 역시 소비자가 대부분 필수적이라고 느끼는 것들이기에 불만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높은 보급률을 지닌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의 경우에는 알려졌다시피 오픈소스 라이센싱이기 때문에 구글이 그 관리에 참여할 뿐 애플과 같은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 보통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해당 제조사를 통해 업데이트하지 구글을 통해 업데이트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까닭이다. 안드로이드라는 아주 넓게 정외된 울타리만 있을 뿐 그 내에서 필요에 따라서 적절하게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재량이 기기 제조사 및 통신 사업자에게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선탑재되는 앱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선탑재에 관련한 이용자 편의성의 문제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넘아가도록 하자. 우선 스마트폰의 하드디스크에 해당하는 내장 플래시 메모리에 대해서 가급적 큰 이용량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이용자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선탑재 앱을 지울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언뜻 보면 이 두 가지 이슈가 서로 연결된 것 같지만, 안드로이드 경우 이 두 가지 이슈가 꼭 연결된 것만은 아니다.
이는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의 기술적인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스마트폰은 용도에 따라서 그 영역이 이미 구획되어 있다. 이렇게 일단 한번 구획되면 기존 저장소에 담긴 이용자 정보를 지우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이를 다시 구획할 수 없다. 즉, 최초에 어떻게 구획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이용자 영역이 미리 정해지는 셈이다. 또한, 스마트폰에 선탑재되어 있는 앱의 물리적인 크기를 다 측정해보더라도 이용자가 임의로 지울 수 없는 시스템 영역의 크기보다는 훨씬 작다. 물론, 제조사의 기기 사후관리나 OS 업그레이드 등 여러 가지 필요 측면에서 이러한 구획을 할당했겠지만, 이것이 정도가 심할 경우 소비자의 편익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16GB 버전이 많이 유통되는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마트폰 모델들의 경우 16GB 중 약 8GB 정도만 이용자 가용 저장소로 보장되어 언론과 관련 소비자 단체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제조사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나가고 있는 듯싶다. 국내에 출시된 한 제조사의 최신 제품의 경우 동일한 하드웨어인데도 LTE 버전과 LTE-A 버전에 이용자 가용 저장소가 무려 3GB나 차이가 나고 있다. 이러한 추가적인 용량 확보는 선탑재 앱의 수를 줄여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OS의 영역 구획에 대한 최적화를 통해 확보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오픈소스라는 안드로이드 OS에 특성상 이용자 편의성의 보장은 그 기본 설계를 맡고 있는 구글 뿐 아니라 제조사와 통신사의 노력 또한 요구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인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