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은 우리나라의 방송과 통신 정책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입니다. 변호사와 연구원은 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지만, 법률과 관련된 업무가 상당한 곳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업무를 잠깐 소개하면, 방송과 통신 관련 정책연구와 정부부처를 상대로 법률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법조인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주어진 법령을 해석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반해, 저는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정 작업에 참여했던 대표적인 법률로는 창조경제 1호 법률인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과 최근 보조금 규제로 언론기사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있습니다. 연구원 및 정부부처를 상대로 하는 각종 법률자문을 통한 경험과 법령 제·개정 시 구성되는 연구반에 참여하면서 배운 여러 전문가들의 식견이야말로 제가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내변호사와 갈대, 맛집, 비빔밥은 무슨 관계일까요? 사내변호사로서 성공적인 적응과 성장의 조건을 쉽게 설명하고자 갈대, 맛집, 비빔밥을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갈대와 같은 유연한 사고에
맛 집 같은 전문성을 갖추고
비빕밥 같이 조직과 잘 융합해야
먼저, 갈대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이 있듯이 변덕스러움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에 거목은 부러지지만 갈대는 부러지지 않듯이 유연함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바로 사내변호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법학을 공부하거나 전공한 법조인들은 대체적으로 경직된 사고를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내변호사가 ‘법대로’만을 주장한다면 기업은 생기를 잃게 되고, 기업의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내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갈대처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맛집은 한마디로 맛으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맛집은 바로 전문성을 상징한다고 할 것입니다. 다른 음식점은 파리를 날리는데, 유독 맛집의 경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아무리 멀고 허름한 음식점이라고 하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지요. 이러한 맛집은 오랜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서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제공하기 위한 주인의 열정과 정성이 엿보입니다. 바로 주인의 맛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야말로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내변호사가 배워야 할 자세입니다. 요즘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결국 믿을 것은 변호사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집의 전문성이야말로 사내변호사들이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모습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나물과 반찬이 밥과 버무려져서 독특한 맛을 내는 우리 고유의 음식입니다. 비빔밥은 우리 민족의 융합정신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사내변호사는 법원, 검찰, 로펌과 같이 법조인들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법조인과 함께 생활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도 조직 생활에서 융합하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사내변호사는 혼자 일하는 것보다 조직의 다른 구성원과 공동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과 잘 융합해야 합니다. 사내변호사는 나물, 반찬, 밥처럼 비빔밥의 하나의 재료에 불과합니다. 나물, 반찬, 밥이 버무려져서 맛있는 비빔밥이 되는 것처럼 사내변호사는 버무려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멀리 갈대가 보이는 맛집에서 비빔밥을 드셔보심이 어떤지요. 조직과 잘 융합하고 유연성과 전문성을 갖춘 멋진 사내변호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 본 칼럼은 법률신문 3월 11일(화)자에 게시된 글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