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터넷 서비스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는 데에 두 가지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하나는 짧은 주기로 인터넷 서비스가 인기를 끌다 사라지는 것을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IT강국이라는 자부심과 연결된 ‘역시 국내에는 국내서비스가 더 먹혀’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두 가지 태도는 지금 보이고 있는 사회관계서비스 흐름의 변화, 즉 트위터, 페이스북 열기의 감소와 카카오 서비스(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라인, 밴드 등의 상승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도 반영된다. 얼마 전 미니홈피의 열기에서 피로감이 쌓이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갈아탔듯이 이제 이용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의 피로감을 피해 카카오 서비스 등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보이고 많은 이들이 이를 은연중에 당연한 흐름으로 여긴다. 게다가 한동안 글로벌 서비스에 빼앗겨 의외였던 상황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즉, ‘우리나라는 국내서비스가 강해’라는 것이 회복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뿐일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정말 과거 아이러브스쿨닷컴이나 프리챌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명맥만 유지하는 서비스가 되어 가는 것일까? 한창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 서비스나 라인, 밴드 등은 몇 년 후면 앞서의 서비스들이 그러했듯이 정체기를 거쳐 사라지는 서비스가 될까?
사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최대 자산은 이용자수가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소셜 데이터이며, 이용정도의 감소와는 별도로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연결관계 데이터이다. 자체 서비스 내에서 축적하는 이용자의 소셜 데이터 이외에도 온라인 곳곳의 활동을 자사 서비스 및 네트워크와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서비스 밖에서도 많은 소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에 소셜 공유 및 평판을 유도하는 아이콘을 삽입해 유입 경로를 다각화했으며, 신규 서비스의 회원가입절차를 기존의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 아이디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협업함으로 해서 관계망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 해서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소셜 플랫폼으로서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소셜 데이터를 새로운 사업 확장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1)
반면에 국내 SNS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 서비스는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두고 봤을 때 외부 서비스와의 외적 협력보다는 내부로의 유입에만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 게임은 카카오 연결망에 입점의 형태로 들어오는데, 그것의 인기흐름을 보면, 카카오 플랫폼에 기대어 이용자들이 질릴 때까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다 소멸하는 듯하다. 카카오 연결망은 이용자의 사적 전화망을 기반으로 제한적이면서 더디게 확장되는 폐쇄적 형식에 기초한다. 이 폐쇄적 사회연결망에 ‘유입’ 전략으로만 일관한다면 그 미래는 어떨까? 한동안 카카오 서비스는 여느 소셜 미디어보다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일 것이지만 데자뷰처럼 그 끝이 상상되는 것은 그저 개인의 편협한 상상력 때문만 일까?
카카오 서비스만의 자산을 활용하는 미래 전략이 분명해지기를 기대한다. 사실 카카오 서비스는 이용자의 사적 전화망을 기초로 한 연결망을 갖는 만큼, 그 연결망의 사회적 신뢰나 끈끈함이 여타 소셜 서비스보다 높고, 소통되는 소셜 데이터 내용 역시 보다 친밀하고 심도 깊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갖지 못할 이 유니크한 소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공유와 협력을 통해 어떻게 국내 ICT 생태계 성장에 기여할지에 대한 고민이 보다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는 심화된 빅 데이터 시대의 대비와도 관련이 된다. 빅 데이터 심화와 함께 분석에 활용할 데이터도 그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2013년 전후 논의가 대부분 정형 데이터인 공공정보 개방 및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후는 민간 인터넷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매쉬업(mashup)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본격화할 것이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데이터 활용이 그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소셜 미디어 등에서 확보된 소셜 데이터가 이용자의 감정이나 생각, 의견 등에 대한 부분을 채워준다면 사물인터넷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는 주관적 판단이나 생각, 감정 등이 배제된 순수한 행동패턴 정보를 얻는 소스가 되면서 초연결사회의 빅 데이터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했을 때 소셜 미디어 등으로부터 얻는 소셜 데이터는 지금보다 더 그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수 글로벌 ICT 서비스의 데이터 독점에 대한 염려를 덜어줄만한 국내 서비스를 찾아봤을 때 명확한 답을 얻기 힘들다. 이에 소셜 데이터와 관련한 국내 ICT 서비스의 위치와 역할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본다. 그 역할이 오랫동안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자리를 내주지 않은 네이버, 혹은 다음이 주도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친밀한 사적 연결망을 확대해가고 있는 카카오 서비스나 밴드, 라인 등에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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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프라이버시 설정을 통해 자신의 소셜 데이터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개인들의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한 미디어로의 자리매김을 차근차근 진전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페이퍼(Paper)는 사람들이 뉴스나 일상소식을 종이신문이나 데스크탑을 이용하는 것보다 점점 모바일 기기 활용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간파한 전략의 결과이다. 또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 등 적극적인 M&A는 보다 사적인 일상소통 미디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작금의 이용자 니즈를 파악하면서도 소셜 데이터 축적을 지속하는 전략과 상통한다.
트위터의 경우 현재 소셜 데이터 이용을 유료화한 상태이다. 수집 시점부터 일주일 전까지만 오픈API로 가져올 수 있고 그 이전 것을 수집하고 싶으면 유료로 구입해야 한다. 이밖에 트위터는 소셜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셜 핑거프린팅(social fingerprinting) 신원확인 플랫폼에 소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닐슨(Nielsen)과 협력하여 소셜TV 시청률을 산출하는 등 소셜 통계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또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 글로벌 메이저 뉴스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소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금융 분석에 응용하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