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핫 이슈'다.
아이돌 그룹 포미닛(4minute)의 노래 가사처럼 최근 정보통신업계의 핫 이슈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머리, 얼굴, 목, 팔뚝, 손목, 허리, 발, 심지어 피부에 부착하여 '스마트'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 개발과 상용화에 글로벌 전자제품 업체들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중 스마트 시계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삼성전자, 소니, 모토롤라, 퀄컴, 화웨이, 나이키, 아디다스 등은 이미 스마트 시계를 출시했다. 애플, 구글, LG전자, HTC,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수스, 패션 시계 업체 파슬 그룹, 자동차 업체 닛산도 조만간 스마트 시계를 출시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윌아이엠(will.i.am)도 자신의 회사를 통해 제작한 스마트 시계를 오는 7월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지난해 100만대 수준이던 스마트 시계 시장이 올해는 전년대비 무려 7배 성장한 700만대, 2017년에는 5,51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동향과 언론자료를 들여다보면 2014년을 기점으로 스마트 시계 사업 추진 방향의 변화가 감지된다. 2014년 이전에는 주로 스마트 시계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기능이 강조가 되었다. 예를 들어 통신, 카메라, 알림, 제어, 건강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 시계가 주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이런 다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스마트 시계의 배터리와 디자인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다기능 중심의 스마트 시계는 기대만큼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편, 핏빗(fitbit), 조본업(Jawbone up), 퓨얼밴드(fuelband) 등 손목 밴드형 기기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호응을 받았는데, 이들 제품은 기능의 제한을 통해 배터리와 디자인의 제약을 보완한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은 편의 기능과 제약요인간의 상충관계(trade off) 속에서 소비자를 끌어 들일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찾은 사례로 볼 수 있다.
2014년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스마트 시계의 방향성은 디자인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은 스마트 시계와는 별도로 단순화된 기능과 디자인이 강조된 손목 밴드형 피트니스 기기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은 패션업계 인력의 영입과 패션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 시계의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용 컴퓨터로서의 도구적인 성격이 강한 제품이다. 반면 스마트 시계가 근간을 두고 있는 시계는 100년에 걸쳐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sign)과 패션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해 왔다. 이러한 시계의 성격을 '스마트'라는 단어와 함께 도구적 성격으로 전환하는 것은 소비자의 인식과 활용방식에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공급측면)에서 디자인을 중시하는 방향(수요측면)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스마트 시계가 가진 확장성과 이로 인한 편의성을 고려할 때 도구로서의 성격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스마트 시계의 기술적 가능성, 경쟁자에 대한 대응보다는 소비자의 관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대가를 주고 구매하여, 3~4일에 한 번씩 배터리를 충전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능이나 서비스는 뭔가? 스마트 시계를 통해 해결하고자하는 고객의 핵심 문제는 뭔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볼 일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4월 10일(목)자 22면 [디지털산책]에 게재된 글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