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미국이 역사상 최장의 호황기를 누리면서도 물가가 안정되고 고용이 늘어났던 시기를 당시 대다수 언론에서 ‘신경제(New Economy)’라고 불렀다. 그 때까지만 해도 IT(Information Technology) 산업-당시에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 산업이라기보다는 IT 산업으로 많이 불렸다-으로 인한 경제 성장이 화두였고 ‘디지털혁명’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언론 지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미국의 신경제 현상과 맞물려 세계 경제의 황금기가 다시 도래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었다. 하지만 2000년 초 IT의 거품이 꺼지자 ‘디지털혁명’이라는 용어 사용을 주저하게 되었고 IT와 인터넷이 가져다 줄 장밋빛 미래에 대해 더 이상 환호하지 않게 되었다.
그로부터 3~4년 후 OECD를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들은 ICT(정보통신기술)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발전이 경제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켰고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혁명이라기보다는 기술 진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의 진보를 뛰어 넘어 세계 경제에 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디지털혁명’이라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ICT와 인터넷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아마 ICT와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제각각 답이 달라질 것이다. 정부, 기업, 개인, 시민 사회단체 등은 모두 필요에 따라 ICT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효용도 제각각 다르다. 최근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에서 펴낸 보고서는 위 질문에 대한 근사치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디지털무역(전자상거래 혹은 온라인 경제 및 인터넷 경제라고도 할 수 있다)의 개념 혹은 정의는 무엇일까? 국가 혹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를 일컫는다. 물론, 디지털무역에 대한 합의된 국제적인 개념은 없다.
하지만, 디지털무역으로부터 얻는 효용은 막대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제시한 디지털무역에 의한 변화를 꼽아 보면 먼저,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인터넷기술(혹은 디지털기술)과 인터넷으로부터 혜택을 본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맞춤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저비용으로 적시에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기술이 ICT 서비스 제공 방식과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디지털무역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그리고 사업서비스, 전문직서비스, 기술서비스 등은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가 가능한 가장 큰 서비스 직역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모든 종류의, 매우 다양한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증가하고 있다. SNS가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계측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말미에 현지화 요건,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지식재산권 침해, 온라인 검열, 통관을 포함한 국경 간 조치 등이 디지털무역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우려사항을 덧붙이긴 했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보장, 국내 규제의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등 기존 무역 원칙에 대한 합치성 보장,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호에 관한 정부 규제의 상호 인정, 투명한 절차 및 컨센서스를 통한 인터넷 거버넌스 확립, 인터넷 사용자의 신뢰 확보 등을 내세웠다.
디지털무역이가 가져다 줄 변화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어 왔다. ICT의 진보에 힘입어 사람들 사이를 '초연결' 함으로써 연결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부터 체험과 스토리의 힘을 강조하며 개인과 각 개인이 지닌 개별성을 존중해야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다 보니 사생활과 보안 문제에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미래의 디지털무역이 가져다 줄 변화에 대해,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낙관 혹은 비관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선택하여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족으로 덧 붙인다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산업 분류 및 통계 가공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현재 그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우리도 기존의 산업 분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게 재편을 준비할 때이다. 정확한 무역 현황을 파악하지 못 한다면 해당 정책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 어렵고 효과적인 정책 집행 결과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UN에서도 인정하는, 전자정부 구현에 있어 최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디지털 경제 및 무역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변하고 있는 교역 패러다임을 하루라도 빨리 반영할 수 있는 산업 분류 및 통계 체계를 정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