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다 들어온다 하던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드디어 우리나라에 상륙하였다. 매월 약 1만원(7.99달러)의 비용으로 TV, 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를 통해 다양한 TV프로그램과 영화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현 시점에서 과연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방송과 콘텐츠 시장을 뒤흔드는 태풍이 될 것인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서비스가 개시되던 날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적어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방송과 통신을 규율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거대 사업자가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그 사업자에 대한 규제권한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가령, 요금을 아무리 많이 받든, 강도 높은 음란물과 폭력물을 제공하든 우리 방송법과 통신법은 넷플릭스를 규제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넘어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규제 패러다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크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국내 관련 산업 사업자들이 걱정하는 지점이 바로 이 규제의 역차별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규제의 역차별은 왜 발생하는가?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19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재수사 뉴스를 접하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용의자도 다시 잡아오는 시대에 왜 국경을 넘어오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규제는 소용이 없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 세상을 먼저 선점한 강대국들이 만들어 놓은 글로벌 규범체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에 유럽연합이 제정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이 천명한 원산지 국가 원칙(country of origin)은 바로 그 대표적 사례이다. 원산지 국가 원칙이란 유럽연합의 회원국들 내에서 국경을 넘어 제공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속한 국가법에 따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에 소재하고 있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가 영국에 있는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프랑스 법에 따른다는 것이다. 사실, 이 원칙은 경제적으로 통합을 지향하는 유럽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 시장에서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만든 규약이다. 즉, 영상산업에서 영원한 라이벌인 미국을 겨냥하면서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가 유럽차원의 시장에서 자유롭게 제공되고 수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산지 국가 원칙에 대해서 국가 간에 다소 의견의 균열이 생기고 있는 듯하다. 다분히 경제적인 목적으로 유럽차원의 활성화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도입된 원산지 국가원칙이 서로 다른 다양한 역사, 문화, 산업, 언어,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유럽의 현실과 들어맞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러시아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후원을 받는 미디어가 에스토니아의 미디어 산업을 황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을 계기로 유럽 각지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의 핵심원칙인 원산지 국가 원칙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구가 하나 있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우리 인간들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궁리해왔고 대부분은 성공해왔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전 세계의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탄소배출권도 다름 아닌 온 세계가 공동으로 궁리해 낸 약속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수준과 내용의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그 파급력이 매우 강력하고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산업을 품위있고 안전한 영역으로 잘 가꾸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하자거나, 거대 해외 사업자를 비대칭적으로 규제하여 국내 서비스 산업을 보호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영역에 대한 글로벌 규범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라는 소수 열강국의 고전적인 글로벌 헤게모니 전략에 이미 포섭되어 있음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상생, 공유, 균형, 다양성 등을 기치로 하는 대안적인 글로벌 규범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