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고동환

ICT 확산과 경기변동

  • 작성자고동환  부연구위원
  • 소속ICT통계정보연구실
  • 등록일 2016.06.20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은 현재까지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투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술의 발달은 대개 경제의 성장, 다시 말하면, 같은 양의 생산요소 투입으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함으로써 우리 삶의 수준(standard of living)을 향상시키는 주요 동력으로 간주된다.

장기적으로 기술발달이 삶의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이미 증명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경기변동 주기에서 보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기술발달이 경기순응적(procyclical)이며 그 변동성도 GDP에 비해 커 거시 변동성을 확대시킨다는 연구들도 있다. 다시 말하면, R&D 투자나 기술의 확산속도가 호황기에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불황기에는 더 침체되어 기술자체도 경기변동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그 트렌드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하락하는 것을 두고 경기변동이라고 하는데 경제학적으로 가격이 경직적인 단기에는 경기변동이 클수록 사회적 효용은 감소한다. 왜냐하면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적 여건에 (임금을 포함한) 가격이 유동적으로 조정이 되지 못해 최적의 생산과 고용이 이루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발전의 경제적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혜택 뿐 만 아니라 단기적인 영향, 그리고 총량적인 것 뿐 아니라 그 경제 안의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고찰해야 할 것이다. 본 글에서는 전자에 중점을 두고 경기변동 주기에서 기술발전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껏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은 주로 중앙은행의 역할로 여겨져 왔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불황기에는 투자와 소비를 부추기고, 호황기에는 그 반대를 유도함으로써 경기안정을 도모한다.

하지만, 여러 관련 데이터들은 기술진보가 기업의 기술생산과 수용에 대한 투자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그 투자는 상당히 경기순응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은 단순히 경제성장을 위한 장기적 목적 뿐 만 아니라 경기변동 폭을 줄임으로써 사회적 효용을 향상시키는 단기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이에 적절한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술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 확산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특히 개발된 기술이 어떻게 전 산업으로 확산이 되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거시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지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MIT의 David Autor 교수는 엄청난 속도의 ICT 기술진보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생산성의 증가가 점점 작은 섹터에서 크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The Bottleneck Hypothesis). 쉽게 말해서, 생산성이 낮은 더 많은 산업이 전체 생산성이 증가하지 못하도록 발목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GPT(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의 ICT 기술이 충분한 속도로 확산되지 않아 산업 간 혹은 기업 간 생산성 격차(이질성)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역행적 ICT 확산 정책은 경기변동성을 줄임과 동시에 총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ICT 인력을 꾸준히 양성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ICT 인력을 위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빠른 기술진보로 인한 ICT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새 기술을 계속하여 업데이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ICT 인력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정책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ICT 확산에 대한 투자와 그 영향의 파급경로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동안 R&D 투자의 효과, 즉 기술생산 측면의 지원에 대해 더 많은 연구들이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국내기업e-비즈니스와 현황에 대한 통계조사’를 시작으로 2008년 ‘국내기업e-비즈니스와 IT활용조사’, 2014년 ‘국내기업IT·SW활용조사’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기업의 e-비즈니스와 IT활용에 대한 현황 파악, 기업의 IT활용 확산 전망, 관련 정책수립의 기초자료 제공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위 통계조사에 많은 유용한 정보들이 있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연간 데이터 밖에 없기 때문에 ICT 확산과 그 영향의 동태를 파악하기엔 실증적인 분석이 쉽지 않다.

앞으로 이와 같은 통계조사를 통한 유용한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더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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