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결합상품 시대이다. 집전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의 전통적 통신서비스나 IPTV나 케이블 방송 등의 방송서비스가 각각 별개의 상품으로 판매되기보다는 묶음으로 판매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2015년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우리나라 가구의 약 84%이상이 통신·방송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불과 전체가구의 19%정도에 머무르던 결합상품 가입가구 수는 2007년의 결합판매 규제완화와 통신사들의 유무선 계열사 합병을 촉매로 2000년대 후반부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면서 급성장한 것이다. 결합상품도 두 종류의 서비스가 묶이는 DPS(Double Play Service)에서 점차 이동통신과 방송서비스까지 네 종류의 서비스를 결합하는 QPS(Quadruple Play Service)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결합상품시장의 성장세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해외에서도 결합상품 서비스는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유럽 국가들이 앞서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약 50%의 가구가 TPS(Triple Play Service)를, 스페인의 경우 거의 60%의 가구가 QP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2015년에 AT&T가 위성방송회사인 DirecTV를 인수합병하면서 T-mobile과 Dish Network의 인수합병협상을 촉발하는 등 인수합병과 합종연횡이 확산되면서 결합상품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결합상품이 결합상품의 끝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금의 결합서비스는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유형의 결합서비스를 여는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본다. 흔히 말하는 사물인터넷(IoT) 혹은 만물인터넷(IoE)의 시대가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효와 다양한 성격의 기기가 추가될 것이고 이들을 연계하여 활용하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나 콘텐츠의 제공이 활발해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송·통신 결합상품은 IoT 기기, 콘텐츠, 서비스가 늘어날 때 이들을 결합을 통해서 끌어들일 것이다. 안정적인 결합상품은 중단 없는 서비스의 제공과 네트워크 연결성을 촉진할 것이다. 한편 지금의 결합상품은 ‘집’과 ‘가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가 자율주행과 스마트화를 계기로 또 다른 주축으로 기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들을 제공하며 새로운 결합상품군(群)을 창출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집’과 ‘자동차’ 중심의 서비스들이 또 다시 결합하는 다차원적 결합도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집’중심의 생태계와는 별도로 ‘자동차’중심의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는지, 기존의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성이 얼마나 클지의 여부 등 향후 전개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최근에 각광을 받으며 등장하는 인공지능(AI)도 결합서비스에서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지만 결합서비스간의 끊김 없는 연결성을 확보하는 인터페이스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TV로 보던 동영상을 차에서도 이어서 보려고 할 때, 인공지능에 명령을 내리면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모니터나 창에 이를 구현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최근에 결합상품 판매가 활발해지고 방송·통신시장의 중심으로 부각되면서 사업자간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이제 IoT시대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결합상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몸집이 커질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다른 차원에서의 대비도 필요하다. 즉, 이용자보호 측면과 효율성의 제고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효율성 측면에서 IoT환경에서 기기와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더불어 늘어날 수 있는 청구서의 숫자도 줄이고 여러 사업자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거래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보호 측면에서는 이종 서비스나 이종 제공자간 결합을 허용하거나 촉진하면서도 결합서비스 관련 이용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IoT는 분명히 결합서비스를 크게 확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역으로 결합서비스 관련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IoT의 확산도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합서비스 관련 제도를 차차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