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4차 산업혁명’이 대통령선거 공약의 한 축으로 등장한 선거였다. 이러한 개념적인 슬로건이 선거 캠페인에 등장했던 사례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론 등을 통해 시민들이 ‘4차 산업혁명’을 접하면서 우리의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겠구나 생각할 계기를 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대선 토론 과정에서 필자가 기억하는 장면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 토론에서 한 후보가 다른 후보의 인식을 ‘사장님 마인드’라고 비판한 장면이었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많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이나 정책이 이윤이나 비용과 관련된 산업 일변도로 형성되어 있다는 비판일 수 있으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향식 변화의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해보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가 얼마 전에 우연하게 접한 독일의 ‘노동 4.0(Arbeiten 4.0)’이라는 개념은 신선한 접근이었다. 독일답게 이해관계자 사이의 교섭과 협상을 바탕으로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에 노동자도 참여하고 대응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기술변화가 ‘좋은 노동(Gute Arbeit)’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사회적 정책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기술발전 자체를 가로막고 거부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동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와 공유하고 기술도입 결정에 노동자도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기업의 이윤추구만이 아닌 노동의 인간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이해와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독일의 사회적 대응은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일 제조업의 ‘인더스트리 4.0’을 경제전반에 걸친 4차 산업혁명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변화의 선결조건으로 규제완화, 인력양성 등이 우선 제기되는 화두이고 대중적 관심사인 일자리 불안 역시 양적인 측면 위주로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이 느끼는 불안감이란 변화에서 소외되는 상황에서 야기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 대선 후보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의 기술변화와 기술도입이 ‘사장님 마인드’로만 진행된다면, 현재 상태의 한국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독일과는 다르게 한국은 여전히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사회이고 조직률도 현저히 낮다. 권위주의적인 근로환경 하에서 장시간 근로는 당연시되고 저임금노동 중심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례들이 사라지지 않는 등 기본적인 권리보호부터 취약하다. 지금의 환경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가 ‘알아서’ 근로환경 개선, 노동강도 완화, 잠재적 실직자의 재교육·재취업이 가능한 속도의 기술변화처럼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과한 낙관이지 않을까.
독일이 ‘노동4.0’을 통해 참여지향적인 4차 산업혁명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것은 노동권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이고, 성숙한 사회적 타협을 통해 성과를 내면서 축적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독일의 성공적 현재가 있기 위한 역사적 배경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고, 이로부터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필요한 조건의 단초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어떤 사회를 구현하기 원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방향도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답이 제대로 변화에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제도가 함께 변하고 발전해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 기술을 일하는 현장에서 활용할 사람들에게도 기술변화가 투명하게 오픈되어 이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동참하고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