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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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한류의 재도약을 위한 과제

  • 작성자주성희  연구위원
  • 소속방송미디어연구실
  • 등록일 2017.10.25

최근 미국 ABC에서 방영되고 있는 <굿 닥터>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ABC 방송 월요일 프라임 타임대 드라마의 첫방송 시청률 중 2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미국 내 인기가 높다는 점 외에도, 이 드라마에 대해 국내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이 작품이 지난 2013년 KBS 2TV에서 방영되었던 동명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동시 방영되고 있는 <굿 닥터>는 한한령으로 중국 진출이 좌절되면서 타격을 받은 방송 한류(韓流)의 새로운 물길이 트이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받고 있다.

1990년대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한류는 그동안 진화와 확장을 거듭하여 오늘날에는 방송 드라마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 화장품, 패션과 한국 대중음악까지 거의 문화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한국 것”에 대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인기가 상승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러한 한류의 시발점이자 원동력은 다름 아닌 방송 콘텐츠이다. 1997년 중국CCTV에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는 방송 프로그램 자체의 수출 외에도 몇백, 몇천억원에 달하는 소비재와 상품 수출, 관광 수익으로 이어졌으며,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자유스럽고 세련된 국가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일본의 혐한류(嫌韓流) 등 문화 외적인 이유로 인해 방송 콘텐츠 수출의 주요 대상국이었던 이들 국가에 대한 진출이 축소 내지는 차단되면서 방송 한류가 현재 한류(寒流)를 맞고 있는 중이다. 한때는 방송 프로그램 수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본으로의 수출이 이제는 전체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그 대안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마저도 한국연예인, 제작자의 진출이 차단되고 국내 투자와 합작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해외 시장을 고려하여 급상승한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하기 힘들어 당분간 스타급 연기자와 작가를 기용한 대작을 보기 힘들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적 차이와 콘텐츠 제작역량의 차이 때문에 도저히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뉴스는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굿 닥터>의 성공은 우리에게 희망과 함께 새로운 과제 또한 제시한다. <굿 닥터> 리메이크는 성공적인 현지화와 고품질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 요인도 작용하였지만 근본적으로 창의적이고 소구력 있는 스토리와 기획안 덕에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 사례를 거듭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창작, 제작 인력이 계속해서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얼마 전 생활고로 인한 방송작가와 스태프 사망 사건은 소수 스타급을 제외한 대다수의 방송 인력들이 얼마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내하면서 제작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획안이 계속해서 발굴될 수 있는 건강한 방송 제작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이 절실하다. 또한 완성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기획안,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하고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체계적인 제도화 작업이 필요하다.

방송 사업자의 편성표에 맞춰 원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매체의 다양화와 지능화로 인하여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선택하여 볼 수 있는 오늘날의 방송 환경에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소구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 않는 콘텐츠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창작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방송한류의 재도약을 위해 가장먼저 해결해야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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