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제조, 에너지, 금융 등 수직적인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 및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시각, 청각, 언어 등 인식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학습, 추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알고리즘을 통한 시각·청각·언어 인식 및 학습 수준에서 벗어나, 머신러닝 기반의 강화학습 및 비지도 학습 등을 통해 추론 및 미래 예측도 가능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실행·제공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알파고 실현에 1,200개의 CPU, GPU 176개, 920,000 GB의 DRAM (8GB DRAM 100만개) 등이 요구되고, 이에 따른 엄청난 전력소모도 동반된다. 따라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초지능(성능)·초경량(기능)·초저전력(전압)의 지능형 반도체 개발이 인공지능 기술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있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지능형 반도체의 개발 난제가 『역돌출부』[reverse salient, Houghes (1983)]임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성장에 있어 지체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능형 반도체 개발의 어려움을 제기할 수 있는데, 현재 지능형 반도체 개발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특정한 문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는 기존 반도체의 재료·소재·소자·설계툴·공정기술을 동시적으로 뛰어 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러한 『지능형 반도체 개발의 난제』라는 『역돌출부』의 등장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또는 후발 사업자에게는 『역돌출부를 해소하는 기술적인 능력을 갖춤으로써, 기존 생태계의 질서를 통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역돌출부의 등장과 해소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함의(역돌출부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 반도체 기업보다는 새로운 사업자인 구글, 애플, 테슬라 등의 수요기업들이다. 즉, 반도체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인터넷·ICT기업이나 심지어 자동차 기업도 자사 제품·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자적인 지능형 반도체를 내부에서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능형 반도체의 개발이 기존 생태계에서 가지는 의미가 매우 중요한 역돌출부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능형 반도체 개발의 토대가 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에도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존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성장정체와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새로운 스타트업의 진입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지능형 반도체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거에 제한된 지식과 자원을 보유한 상황에서 기술적인 변화에 맞추어, 걸림돌을 해소한 경험을 CDMA 이동전화 개발과 디지털 TV 개발에서 축적하고 있다. 지능형 반도체 개발은 CDMA 이동전화 개발 및 디지털 TV개발 사례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세 가지 산업의 기술체제는 모두 기술의 초창기이고, 높은 기술적 기회와 혁신, 그리고 불확실성을 지닌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과거 CDMA 이동전화 개발과 디지털TV 개발에서처럼 민·관 공동연구개발로 지능형 반도체 개발의 위험성을 낮추고, 정당성과 자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기회의 창은 시스템반도체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게 선발자인 미국과 대만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정부와 반도체 업계의 지능형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공동 개발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