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 열기가 단순한 투자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가 아닌 산업 전방위적으로 혁신을 유발하는 기술 관점의 블록체인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에 대한 인터넷 검색량 대비 “블록체인”에 대한 검색량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전문조사기관 가트너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제일 많이 검색된 단어는 블록체인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금융, 물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투명성, 무결성 등의 가치를 제공하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의료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가트너 보고서에 의하면 의료 산업은 공공, 금융, 물류 등의 산업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었을 시 가져다주는 이익이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로 분류되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어떻게 의료산업을 변화시키게 될까? 의료산업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방안은 다음과 같다.
의료산업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첫 번째 과제는 병원과 환자 사이에 의료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본래 의사라는 직업이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데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비대칭성 문제를 넘어 의료정보의 소유권이 환자보다는 병원에 치우쳐져 있어 이러한 비대칭성 문제가 심화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통합의료정보플랫폼은 기존에 병원이 소유하고 있던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탈피하고 투명성, 무결성, 상호운용성 등의 가치를 제공하여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위에 올라간 개인의료정보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두 번째 당면과제는 보험 청구·심사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구 과정에서는 의료진의 과다 청구, 허위 청구 등 부당 청구행위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심사 과정에서는 전문성, 투명성, 심사결과의 일관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반적인 보험 청구 심사 과정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져 환자들의 불편을 야기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보험청구·심사 과정에서 자동화 가능한 영역을 스마트계약으로 구현함으로써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윤리적 문제까지 예방 가능하게 된다.
세 번째 당면과제는 의약품의 공급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은 사람의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므로 유통 과정에서 원본을 위변조 없이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각 단계마다 필요로 하는 인증, 세관 등 다양한 법률 및 규칙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모니터링하려는 시도는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IoT 센서를 이용하여 의약품의 모든 유통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공유함으로써 의약품의 원본성을 보장하고 위변조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보험 청구·심사 과정과 마찬가지로 의약품 유통과정의 일부분을 스마트계약으로 자동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특히 확장성(scalability)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다양한 종류의, 엄청난 양의, 그리고 고용량의 의료정보를 저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블록체인에 한 번 올라간 의료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최근 발효된 GDPR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 정확히 대치되는 특징이다. 그러나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며, 그 기술의 가치가 무너지지 않는 한 제도는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보완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기술적·제도적 한계점을 보완하여 진정으로 의료산업을 변화시킬 날을 기대해 본다.
※ 참고문헌
1) 김경훈(2018), “블록체인 기반 의료산업 혁신”, 보건의료 R&D 전문가리포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 Gartner(2018), “Hype Cycle for Blockchain Busines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