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우리나라 전역을 강타하고 있던 지난 7월, 서울역 지하보도를 걷던 중 허름한 종이박스 위에 잠들어 있는 노숙인들을 목격했다. 해마다 증액되는 노숙인 지원 예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숙인들이 역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웠다.
사회적 약자인 노숙인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구호를 외치며 해결방법을 제시해준 기업이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사회적 기업1)으로서 노숙인들에게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이들의 자활을 돕는다. 이 사회적 기업은 서울시와 지자체,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서울시메트로 9호선과의 협력을 통해 잡지 판매 공간을 마련했으며, 권당 5000원의 판매 수익 중 2500원을 판매원에게 지급한다. 이뿐만 아니라 2주간의 임시 판매원 기간을 거쳐 정식 빅이슈 판매원으로 6개월 이상 근무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의 혜택까지 주어진다. 빅이슈 판매의 활성화를 돕고자 서울시와 지자체, 기업의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빈부격차와 고용불안 등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이 야기하는 사회적 배제, 빈곤 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별로 사회적 경제 지원정책을 마련하였으며,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2018년 기준 2030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2). 그러나 일부 사회적 기업은 활동초기, 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청소 및 자원 재활용 등의 단순일자리만을 제공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수입창출이 어렵고, 사업이 종료되면 운영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일반 영리기업과의 경쟁 속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은 사회적 기업이 겪게 되는 한계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최근 ICT(정보통신기술)기반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들이 그 가능성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ICT기반 사회적 기업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라는 동력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그 사례로서 2017년, 서울시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테스트웍스는 임베디드 SW 및 인공지능 테스팅, 웹호환성 진단 솔루션 개발 등 기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3). 경력단절여성과 청년, 자폐성 장애인에게 SW 테스터 양성 교육 및 채용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7월, 미국에 본사를 둔 하니웰 연구센터에 경력단절여성 및 청년들을 파견하였다. 이 밖에 고령 노동자와 ICT기술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에버영코리아는 네이버의 콘텐츠 모니터링, 지도와 참고문헌 등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업무를 위탁 처리하고 있다. 평균 연령 62세의 400여 명의 시니어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개인 정보 노출을 막고, 유해 콘텐츠를 선별하는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한다4).
사회적 기업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수익구조와 사업모델을 갖고 운영되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취지를 갖고 기업을 설립하더라도, 사회적 기업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일반 영리기업과 경쟁해야하는 시장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CT기술을 활용한 혁신형 사회적 기업이 다양하게 육성되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 가치와 사회 혁신의 동력으로 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1)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제1호).
2)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http://www.socialenterprise.or.kr/kosea/company.do
3) “'60대 신입사원' 시니어 일자리 뜬다…어떤 회사?” 머니투데이(2017.10.01)
4) “직원 400여명, 평균연령 62세…60에 취직해도 새내기죠” 중앙일보(201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