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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진화와 아이돌 팬 문화

  • 작성자김경은  부연구위원
  • 소속방송미디어연구실
  • 등록일 2019.04.29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의 주인공 성덕미는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사생활에서는 아이돌 덕후다. 학창시절 정신줄 놓고 덕질에 빠져있던 탓에 아이돌이라면 치를 떠는 엄마와, 마찬가지로 덕질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직장상사 덕분에 일코1)하며 살아가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의 팬 카페를 운영하고, 스케줄을 따라다니며 바주카포만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생일선물을 위한 예산까지 따로 짜놓는 대단히 열정적인 덕후다. 일견 독특한 캐릭터로 보이는 성덕미 같은 인물을 요즘 실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필자의 친구들 중에도 꽤나 열심히(그러나 비밀스럽게) 아이돌 팬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드물지 않다.

굳이 조용필의 오빠부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1세대 아이돌이 활동하던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돌 팬 활동은 학창시절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덕질을 사춘기에 찾아오는 열병 정도로 여겼고, 당신의 딸이 대학에 진학해 멋진(?) 남자친구를 사귀면 다시는 덕질에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예상은 멋들어지게 빗나가, 당시 여학생들 중 다수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덕질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 대상은 당시와 달라졌겠지만.

아이돌 팬 활동은 이제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듯 하다. 프로야구나 해외축구처럼 다양한 연령층의, 다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일종의 취미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실제로, 스포츠 팬들을 위한 유료방송 티어상품이나 모바일 부가서비스2)가 제공되는 것과 유사하게, 최근에는 아이돌 팬들을 위한 모바일 부가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였는데, LGU+의 ‘아이돌Live’나 ‘U+AR’, KT의 ‘뮤지션Live’, SKT의 아이돌 VR 등이 그 예이다3).

아이돌 팬 활동이 이처럼 진화하게 된 데에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Youtube의 등장 이후 아이돌 기획사 측에서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 메이킹이나 비하인드, 안무영상 등을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게 되고, SNS의 등장으로 아이돌이 자신의 일상을 팬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돌 측이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났다. 또한, 팬들 역시 이러한 미디어를 이용해 커버댄스 영상, 음악방송 교차편집 영상, 리액션 비디오(Reaction Videos)4) 등의 2차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생산하고 다른 팬들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즉,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아이돌 관련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양이 증가하고, 그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 것이 아이돌 팬 문화가 놀이문화이자 취미로 자리 잡는 데에 일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아이돌 관련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니 덕질하기에 더 없는 호시절이지 싶다. 외국(어) 버전 뮤직비디오, 해외 방송 출연 및 공연, 해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아이돌 측에서 생산하는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2차 콘텐츠를 생산·공유하는 해외 팬덤도 상당한 규모로, 팬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pop의 인기에 따른 아이돌 콘텐츠의 다양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약칭 롤)5)’라는 PC게임의 프로모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의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미국의 게임회사)’는 2018년 말, 자체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K/DA’라는 가상의 4인조 K-pop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고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발매하였는데, 이 캐릭터 4인 중 2인의 목소리를 한국 여자아이돌이 담당하였으며, 랩과 노래 가사에 한국어가 포함되기도 하였다6). 발매된 음원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해외 K-pop 팬들의 리액션 비디오는 유튜브에 다수 업로드 되어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이돌 팬 문화가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할 것이라고 과거에는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듯, 그 미래 역시 현재에는 예측하기 어렵다. 또 어떤 미디어가 출현하고, 어떤 형식의 콘텐츠가 탄생할지, 그 때의 아이돌 팬덤은 지금보다 커질지 작아질지 전부 미지수이다. 다만, 현재의 덕후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쭉 덕후일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성덕미의 대사처럼, 덕후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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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코’란 ‘일반인 코스프레’의 준말로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취미 생활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일을 의미한다.
2) KT의 ‘프로야구 Live’, SKT의 프로야구 VR, LGU+의 ‘U+프로야구’ 등이 있으며, 포지션별 영상, 득점장면 다시보기, VR생중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3) 아이돌 관련 모바일 부가서비스는 TV음악방송 중에 멤버별 영상, 카메라별 영상 등을 제공하거나, 아이돌 안무영상이나 방송출연 분을 360도 3D 버전으로 제공한다.
4) 리액션 비디오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비디오로,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 등을 시청하면서 그에 대한 반응을 촬영한 것이 주를 이룬다.
5)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에서 매달 1억 명이 넘는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인기 게임으로 2018년 아시안게임에 공식시범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6) 
https://www.youtube.com/watch?v=UOxkGD8qR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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