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내·외 우정사업자에게 디지털화의 진전은 양날의 칼과 같이 작용하고 있다. 우편물의 전자적 대체에서부터 핀테크에 의한 파괴적 혁신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신은 우정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붕괴시키고 있다. 물론 디지털 혁신은 효율성 향상과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위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우정사업자가 있는 반면, 피할 수 없어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우정사업자도 있다. 즉, 디지털 전환 과정은 결코 안정적이거나 단순하지 않지만, 미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국내 우정사업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과 핵심 서비스 제공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우정사업은 쇠퇴하고 있다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우정사업은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8년 연속 우편사업 적자라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국내 우편사업은 통상우편 감소에 대응한 수익 증대 및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적자 폭은 감내할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금년 5월부터 우편요금 50원 인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국내 우정사업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요구와 기술, 그리고 내부의 전략적 우선 순위에 부응하며 혁신의 물결을 이끌어 온 것도 사실이다.
첫 번째는 전자 기기에 의한 우편 서비스 대체에 대응하여 우편물 처리과정을 자동화·기계화하였다. 두 번째는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전개하였다. 세 번째는 기존의 우편 및 소포배달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최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 혁신이 네 번째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물결은 우정사업 모델 전반에 걸쳐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당 국가 내 우정사업이 우리 사회에서 기여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재조명하는 일련의 작업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딜로이트(2018) 보고서1)에 따르면 호주의 우정사업은 32억 달러의 직접 효과 27억 달러의 간접 효과를 포함하여 총 59억 달러의 경제적 기여도가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약 51천 명의 직접 고용 효과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우체국 네트워크 지니고 있는 경제적 기여도를 포함하면 총 71억 달러의 부가가치 효과, 약 61천 명의 직접 고용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우체국이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와 네트워크는 미래에도 경제활동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고 대안적 옵션이 없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접근성과 형평성을 제공하는 것은 향후 우체국의 중요한 역할로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우정사업도 우체국이 경제, 사회, 기업,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으며, 미래에 어떠한 역할(role)을 담당해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즉, 미래 우정사업과 우체국이 지향해야 할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고객 니즈 변화에 부합하는 우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실천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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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eloitte(2018), 「Economic and social value of Australia Post」, Access 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