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취해 호수에 몸을 던져 죽은 나르시스의 신화는 흔히 자아연구의 원형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자아도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신화로 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자아발견이라는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널리 알려진 노천명의 '사슴'에서는 자신을 응시하는 자만이 자기를 반성할 수 있음과 더불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슬퍼하는 자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나르시즘(narcissism, Narzissmus)은 남에게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자신을 흠모하여 자기 속에만 빠져있는 자기애(自己愛)를 의미하며, 정상적인 나르시즘을 넘어서 병리적이 될 경우 자기중심적이며 인내심이 없고 공정한 사고를 하지 못하는 특징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쑥 나르시스의 신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바타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게임의 확산과 문제점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싶어서이다. 초고속인터넷 이용 강국으로의 부상과 동시에 그 활용에 있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온라인게임이다. 10대, 20대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온라인 게임은 최근 중장년층에게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여성 유저(User)들의 점유율도 급신장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리니지·의 성공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예전의 스테이지(stage)형 게임과는 달리 롤플레잉(Role Playing)형태의 네트워크 게임이 확산됨에 따라, 장시간에 걸친 몰입으로 인해 드러나는 게임중독 현상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자기중심적, 돌발적 나르시즘의 몰입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바타에 대한 게이머의 집착으로 인해 국내의 경우 현재 5,000억원대까지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규모가 커진 상황이며, 이로 인한 폭력, 해킹, 자살, 원조교제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돌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외국의 경우에도 이러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태국 정부의 경우 7월 15일부터 3개월간 온라인게임을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서비스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태국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업체가 서비스하는 ‘라그나로크’의 동시접속자 수가 5~7만 명을 넘나들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게임중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유저들 사이에 게임 아이템을 놓고 폭력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도 주요 원인이 되었다.
2001년 KISDI에도 직장내 게임동호회가 생겼다. KISDI의 기존 동호회 활동은 탁구·테니스·축구·등산 등 모두 스포츠와 관련된 것이었고 이를 제외한 다른 취미활동의 유형으로 생긴 유일한 동호회가 게임동호회다. KISDI의 게임동호회 활동은 3년째인 지금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만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을 전혀 해보지 않은 연구원들보다는 동호회 회원들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고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최근 아바타와 아이템으로 대표되는 롤플레이형 온라인 게임을 접해본 사람들은 소수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 소수에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본 글을 쓰게 된 이유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중독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롤플레잉형 네트워크 게임을 취미중 하나로 즐기고 있으며, 현재 ‘세피로스(sehiroth)'라는 3D 온라인게임을 1년 이상 해오고 있다. 가족 중에도 5명이나 같은 게임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집에서의 이야기 주제도 게임의 발전 방향이나 게임상 패치의 문제점, 아이템 이야기 등을 자주 화제로 등장하는 편이다. 겪어본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 중독의 심각성과 이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병리적 나르시즘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클랜(Clan) 활동 등을 통해 건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취미활동을 즐기는 유저들도 있는 반면에, 많은 유저들이 경제논리에 의해 조장된 아바타와 아이템의 유혹에 빠져서 나르시즘에 중독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인성 형성과정에 있는 초중고생의 경우 현실에서 얻지 못한 말초적이고 즉흥적·자극적인 만족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에 최근의 게임중독을 이해하고, 이를 자문해 주고 올바르게 이끌어 줄 기성세대의 카운슬러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세대간 불신의 고리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더 깊어질 수 있다. 국가 산업경제의 논리로 논의의 뒤안길에 묻어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성장의 이면이 숨어있을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게임 확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산업경제적 이익과 여가선용의 건전한 측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게임산업의 육성이라는 명분 하에 잃어버린 수많은 이성적 자아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산업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산재한 폐해들을 어떻게 조기에 인지하고 회복할 것인지.......
최근 KISDI는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의 정보사회연구실을 미래한국연구실로 개편한 바 있다. 본 글에서는 게임중독의 문제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 교육, 문화 등의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외에도 정보사회의 경제성 논리에 의해 관심의 뒤편에 묻혀져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 크게는 실의 이름과 같이 미래한국의 모습을 밝히고 조명할 수 있는 미래한국연구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