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명이나 지식기반경제에 관한 논의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단어를 하나만 고른다면 아마도 ‘생산성’이 아닐까 싶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IT의 혜택은 무엇보다도 각 경제주체가 IT를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노동생산성, 총요소생산성 등 다양한 개념을 통해 생산성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지만 본란에서는 지극히 비학술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생산성을 ‘생각’해 보고 스스로를 반성하고자 한다.
이자율은 학술적으로는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연기하는데 따른 대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정년 퇴직자에게는 퇴직금 예치원금에 대한 은행의 추가지급률, 채무자에게는 고통에 대한 할증률로 이해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생산성은 생산요소당 산출량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조직의 목표 달성 방식의 효율성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국가경제의 관점에서는 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이나 국제경쟁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먼저 필자 개인의 관점에서 생산성을 생각해 볼 때, IT산업 및 정책에 대한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부가가치가 있는 결과물을 생산해 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연구기간 대비 결과물의 수와 같은 단순 수치로 한 개인의 성과(또는 생산성)를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연구직 이라는 직종, 나아가 지식기반경제의 특징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연구 결과의 질, 그리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얼핏 직업윤리에 국한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직 종사자로서 자신의 연구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지식기반경제의 시대에, 더군다나 연구 직종 종사자에게는 자기실현이자 생존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평소에 IT혁명이나 지식기반경제를 강조해온 필장의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이러한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의 관점에서도 생산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조직은 불필요하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업무를 없애는 한편, 조직의 목표와 과업에 대한 구성원간의 동의를 기초로 각 개인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조직은 장기간에 걸쳐 존속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연구기관의 경우 구성원들이 서로 간에 배우고,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개인은 물론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나 자신을 비추어 볼 때, 타구성원으로부터 배운 만큼 나누어 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개인과 조직의 역량은 궁극적으로 한 국가의 ‘생산성’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IT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정부 정책이나 사회제도도 개인과 조직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생산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지식기반경제에서 특정 국가경제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노동생산성이건 총요소생산성이건) 그 나라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국가가 성장을 통한 소득수준의 향상을 위하여 경쟁하고 있다면 생산성의 증가는 곧 경쟁에서 이기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의 IT정책 연구·자문이 미약하나마 우리경제의 성과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번 나 자신의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반성하게 된다.
연구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국가경제, 조직 그리고 개인의 생산성을 생각하다보니 결국 세 번씩이나 반성을 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KISDI라는 조직이 늘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연구진간 신뢰와 협력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필자의 반성이 그저 반성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연결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우선 내년 연구과제에 대하여 동료들과 함께 의논하고, 전부터 눈여겨보던 ‘자기혁신’을 주제로 한 책도 주말까지는 꼭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