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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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로서의 나, 연구자로서의 나

  • 작성자윤두영  연구원
  • 소속통신방송연구실
  • 등록일 2003.10.27

2000년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학교 다니면서 무선랜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당시는 학교 전산원에서 무선랜카드를 2주일 단위로 빌려 주었는데, 이 제도를 알고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부분에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싼 노트북을 하나 마련하여 내내 무선랜카드를 꽂아 교내를 돌아다니며 인터넷을 사용했었다. 참 신기하다. 사고의 틀을 깨는 충격적인, 믿기 힘든 현상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선이 없는데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니 신통하기만 했다. ‘정말’ 되는군...

한 몇 개월을 그렇게 사용했더니 점차 아쉬움이 생겨났다. ‘학교 밖에서도 사용하면 좋을텐데... 차로 이동하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주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이 얼마나 넓은데, 이 전체를 커버하는 서비스가 가능하겠어?’라는 생각에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연구원에 들어왔고 한 1년쯤 생활을 하다가 ‘휴대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상쾌한 흥분으로 기억된다. ‘오호, 정말 가능하단 말이지~? 그러면 나는 이를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했다. ‘우선 운전하면서 막히는 길을 피할 수 있겠군. 차에 노트북을 설치하고 각 사거리에 설치된 CCTV를 중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으면 어느 길이 덜 막힐지 고민 안해도 될 거야. 그 비싼 GPS나 도로정보 데이터서비스 수신기 안사도 되겠네. 방송도 볼 수 있겠지? 요즘 흘러다니는 볼만한 VOD가 얼마나 많은데,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아냐! 메신저의 활용도도 많이 달라지겠는걸? 가만, 가만... 용산에 컴퓨터 부품 사러 갈 때도 현장에서 바로 물건 시세 확인해서 제일 싸게 파는 곳을 바로 알 수 있겠다. 어라? 그러고 보니 집에 쓰는 초고속 인터넷을 잘만 하면 해지해도 되지 않을까? 원격 지원기능을 사용하면 어디서든 집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제 어디엘 가든 심심하진 않겠군. 고속도로에서도 되면 추석때 귀향길이 몇 시간이 걸리든 상관 없겠다. 앗, 인터넷 전화도 가능할텐데? 메신저의 음성통화 사용하면 되잖아! 야, 이거 생활 패턴이 정말 바뀌겠는걸?’

전문가 초청세미나를 하면 나는 그동안 사용자 입장에서 궁금증이 많았다. 예상되는 서비스 스펙을 보면서 이동속도지원이라든가 커버리지가 나의 이상에 못미치면 아쉬워했고, 서비스 일정이 점차 늦춰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한 때 실장님께선 ‘연구할 생각보다 어서 쓰고 싶은 생각이 앞서는구만’ 하시기도 했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사용자로서의 나의 관심과 일이 내게 요구하는 바가 아주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용자로서의 나는 좀더 월등한 서비스가 확실하게 더욱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연구원으로서의 나에게는 사용자 효용 극대화와 더불어 사업자의 입장과 통신산업 전반에 대한 고려와 시각까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마냥 희희낙락하거나 실망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보다는 좀더 냉정한 제 3자적 입장에서 보다 면밀하게 꼼꼼히 검토하고 준비하기를 이 공간은 내게 기대하고 있다. 내 개인적 관심을 바탕으로 대충 하고 말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근래에 수행중인 ‘휴대인터넷 서비스 이용자 성향 분석’과제는 ‘나’의 성향을 정확히 분석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중기, 말기 가입자의 성향에 대해서도 내게 고민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관심이 있으니 궁금한 것이 많고, 궁금한 것을 다른 사람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알아본 것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개인적인 재미까지 챙길 수 있으니 내게 이리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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