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WALKING TOUR 시리즈를 게재할까한다. 물론 문화상품권이 탐나서 하는 거다. 문화상품권들을 고이고이 모아 좋은 연극을 보고 싶다. 시리즈의 첫 장소로 이태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태원을 느끼고 싶으면 나긋한 일요일, 11시쯤에 가자.
우선 이태원의 머리맡에 위치한 Suji's로 가보자. 전날의 숙취와 들뜸이 채 가시지 않은 몸을 샌들에 담아 노란색 간판의 Suji's로 향한다. 얇게 썬 토마토와 피망을 따뜻한 태양에 버무린 스패니쉬 오믈렛을 한 모금 입에 넣는다. 그리고 시원한 하이네켄으로 목을 달래보자. Suji's는 뉴욕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박수지 사장이 미국 음식을, 스코틀랜드 출신의 셰프가 영국 음식을 내놓는다. 박 사장이 추구하는 음식 스타일은 심플하게 조리한 가정식 음식. 즉, 미국과 영국의 백반집이다.
계란 반 판을 쏟아 넣은 듯한 묵직한 오믈렛을 해치운 후, 짝퉁을 유혹하는 손길들을 과감히 뿌리치면서 이태원의 북쪽으로 전진하자. 해밀턴 호텔에 붙어 있는 던킨 도너츠. 그곳 창가자리에 앉아 광합성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이태원의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이태원 삼거리가 한 눈에 보이는 이 자리보다 이태원 사람들을 구경하기 좋은 곳도 없다.
까만 외투를 입고 오른쪽 어깨에는 일렉기타 가방을 맨 은색 머리의 늙은 프랑스 아저씨가 지나가고, 그 옆엔 도로가에 세워둔 할리 데이비슨들을 구경하는 히스패닉 군인 아저씨 가족이 있다. 그러면 파란불이 켜지면서 아프로 어메리칸, 홍콩 관광객, 일본인 관광객, 독일 외교관 커플과 슈나우저에 끌려가는 영국인 가족이 나른한 일요일을 즐기며 산책을 한다.
만약, 당신이 너무나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당신 옆엔 썩 예쁘다고 (또는 잘 생겼다고) 할 순 없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 있을 것이고, 게다가 아직도 태양이 따뜻하다면 당연히 Gecko's Garden으로 가야한다. 아드리아해 연안을 바라보고 있을 법한 분위기의 가정집을 개조해서 바비큐 등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아늑한 가든에 자리를 잡고 달콤한 무스카토 한 병을 시킨다.
어느새 무스카토 한 병을 다 마셨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이제 슬슬 허기가 진다. 뭐가 먹고 싶은가? 무엇이든 떠올려보라!
먹음직스럽게 썬 돼지고기에 양파랑 파프리카를 꿰어 구운 그리스식 꼬치구이가 먹고 싶은가?
아님 시츄안 챠우민을 먹고 싶은가?
그것도 아니면 양고기와 야채 카레에 난을 찍어 먹을까?
아~ 아쉽게도 베트남 쌀국수는 먹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미 저녁인데!
저녁을 먹고 이태원의 북쪽 골목에 있는 The Bungalow라는 라운지 바로 가자. 휴양지의 한적함에서 따온 모티브. Bar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야자수와 하얀 백사장을 연상케 하는 하얀 모래. 보라카이에서 공수해 온 모래에 조개를 함께 갈은 거라고 한다. 모히또를 홀짝이며 모래 속에 발가락을 넣고 꼼지락 거리면 정말 한적한 해변가가 연상된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재즈바 제1호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All That Jazz를 가야한다. 겉은 단순히 낡은 펍 같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명멸했다. 일요일은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는 날이다. 20년 전 부터 매주 일요일에 이곳에서 공연하는 정성조 Quintet이다. 음악이 자신들의 삶에 들어온 것을 진정으로 즐기는, 환갑을 앞둔 정성조씨와 그 무리들. 배와 볼살을 볼록볼록 거리며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한 주를 마무리 해보자.
이태원은 즐거우면서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슬픈 느낌이 침전하는 동네다. 우리나라에서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URBAN WALKING TOUR 1편으로 이태원을 소개했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왜 걷는 이야기는 안 나오는지 항의하지 말자. 그건 이태원에 와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