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말은 장자 내편 소요유에 나오는 말로서 직역하면 천리 길을 가려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양식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원래 이 말은 『천리의 먼 길을 가려는 사람은 석 달 전부터 양식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비유를 들어, 이처럼 『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 동안 수양을 쌓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후에 이 말은 큰 일을 도모하고자 하여 계획하는 사람은 많은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로 널리 활용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지의 주인공 유 비 또한 이 말을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IPTV등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제공이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보다 가시화되게 됨에 따라, 이에 걸맞는 규제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출근하자마자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으로 부터 ‘IPTV가 도대체 통신서비스에요? 아니면 방송서비스에요?’ 라는 물음을 들을 정도로 통신방송융합 규제체계 마련은 사안의 시급성이나 중요성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많은 물음들에서 공통적으로 따라오는 질문은 ‘그러면 통신방송 융합 법제화는 언제까지 어떻게 되어야 해요?’라는 물음이다.

통신과 방송은 그동안 서로 별개의 규제 체계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해당 분야에 적합한 정책 대안을 발굴하여 규제를 실시해 왔다. 통신서비스가 나름대로 설비기반의 인프라 구축 및 소비자에 대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중요시하는 규제정책을 펼쳐 왔다면, 방송서비스의 경우,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방송 내용의 공익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등에 관한 내용 등 통신서비스 규제에서 비교적 고려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규제체계를 이루는 법조문 각각의 상이함에서 빚어지는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방송콘텐츠와 통신서비스 양자의 서비스 특성, 서비스 이용자의 서비스 내용 인지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 같다.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가지 규제체계를 하나로 수렴하는데 있어 오해나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당연히 힘들 것이다. 통방 융합 논의가 시작된 이후 상당히 많은 기간과 자원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명백한 법제화와 규제 체계의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앞서 천리 길을 가려는 사람의 비유로 다시 돌아가 보기로 하자. 길을 떠나려는 사람은 반드시 출발점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사람은 자신이 가려는 길이 천리의 먼 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여정의 중간에 필요한 물품을 현지에서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으며 반드시 많은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러한 해석 내용을 통신방송 융합 규제체계 마련에 접목시켜보자. 그렇다면, 통신방송 융합 규제체계 정립을 위해서는 통신과 방송의 현재의 규제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출발점)와 향후 어떠한 규제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목표) 수렴이 필요하며, 이러한 의견 수렴에 서로 다른 두 분야 규제담당자의 많은 이해와 타협이 필수적이나 이것이 쉽지는 않다(어려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사람이 현재 준비해야 할 필수품(준비물)은 무엇인가라는데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필자는 이 준비물이 ‘수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배경지식이 다른 두 협상 대상자가 의견을 수렴하여 공통된 의견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가 생각하는 바를 다듬어 나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의견의 충돌과 더불어 자칫 서로간의 감정 싸움으로 번진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건설적인 의견의 충돌은 보다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그것이 소모적인 감정 싸움으로 번질 경우에는 건설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소모적인 논의과정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두 협상 대상자 모두가 보다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역사에 가정은 위험하다’고 하듯이 항상 통용되는 불변의 최선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가장 적합한 대안이 존재할 뿐 인것 같다. 서로간 열린 마음으로 비록 불변의 대안을 찾지는 못할지라도 최선의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