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미래전략연구실에서는 웹2.0과 관련하여 몇 차례의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가졌다. 최근 우리는 참여, 공유, 개방의 웹2.0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웹2.0시대에는 웹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즉각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갑자기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인간관계라고 하는 부분에 웹2.0적 발상을 적용하면 어떨까? 또 2.0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연구는 아니기 때문에 과감히 진도를 나가보겠다.
웹2.0의 특징과 웹2.0이 발견되었던 과정-성공한 닷컴 기업의 특징을 분석하는 과정-을 따라 인관관계2.0의 특징을 만들어보자. 너무 재미있는 무언가가 될 듯하다. 아마도 인간관계 2.0이라는 걸 생각한 사람은 세상에서 내가 처음일 것이다. ㅋㅋ 아님 말고~!
우선 웹2.0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보자. 웹2.0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웹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웹과 같은 플랫폼이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이 되는 그 무언가가 있을까? ㅠㅠ 어렵다. 잠시 글쓰기를 중지하고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 보았다. 여러 이야길 들어본 결과 ‘웹의 플랫폼과 대립될 수 있는 개념은 사회관계(Social Network)다.’로 결론지어졌다. 그래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관계 위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의 특징을 분석해 보자.
우선 플랫폼으로 제시된 사회관계가 매우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석 가능한 수준으로 클러스터링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학부 때 소프트웨어 공학 수업에서 배웠던 강-결합(tightly coupled)과 약-결합(loosely coupled) 이론을 차용해보자. 단순하다. 강-결합 사회관계는 나의 선택보다는 태생적 혹은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관계이며, 약-결합 사회관계는 나의 선택에 의해서 형성되는 관계이다. 
웹2.0 시대에 성공적인 인간관계 구축을 위한 기본 원칙은 이 두 가지 관계에 기초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강-결합 사회관계는 앞서 설명하였듯이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형성된 관계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족, 내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친구그룹 등이 될 것이다. 강-결합관계에서는 관계 형성과 마찬가지로 나의 선택과 무관한 의무도 지워진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며, 값없이 각자의 역할을 감당한다. 이러한 강-결합 관계는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부분이다. 즉 강-결합 관계에 기초하여 약-결합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약-결합 사회관계에서는 필요가 인간관계 구축의 원인이 된다. 웹2.0의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사실 웹2.0의 서비스 창출 메커니즘이 매쉬업(mash-up)인 것을 미루어 볼 때 지당한 사실일 것이다.) 약-결합의 대표적인 예인 회사라는 사회관계를 보자. 회사라는 조직은 고용시장의 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형성된 관계이다. 따라서 두 요소 중 하나만 삐걱 거리면 관계가 소멸하게 된다. 회사라는 사회관계는 유지되지만 그 내부는 시장 논리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강-결합과 약-결합 사회관계 모두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회관계를 약-결합, 강-결합의 관계로 나누기는 어렵다. 다만 상대적인 강, 약을 구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약-결합 관계는 강-결합 관계로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지금 나와 그가 속한 사회관계의 범위를 벗어나 더 가까워지고 싶은,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 맘이 들고, 나를 중심으로 그런 관계가 확장되길 바라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국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결합 관계는 더욱 더 강하게 하고, 약-결합 관계를 강-결합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하며,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뻔한(?) 결론이 .. 휴 ==3
사실 우리 연구원 문화가 ‘방문화’인지라 개개인간의 의사소통이나 전체적인 화합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예전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방문화를 없애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방문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건,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중요한 건 내 옆자리 내 옆방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가에 달려 있는 듯하다. 우선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 보자.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만들어보자. 나부터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할 때 모두가 변화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인간관계라는 네트워크의 중요한 속성이 아닌가 싶다. 좋은 집은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라는 집엔 좋은 사람이 많은가? 그건 여러분의 생각에 달려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동료를 가족처럼 생각해보자. 맘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면 미워하기 이전에 정말 말 안 듣는 막내 동생처럼이라도 생각해보자. 그럼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라고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Take and give가 아니고, give and take가 맞다. 적어도 한집안 사람들끼리는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다는 생각을 해보자. KMS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이 칭찬대상자에 대한 글로 넘쳐나지 않을까? 또한 방을 나누고 있는 벽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벽의 의미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정말 뻔한 결론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좀 허무하긴 했지만, 나름의 틀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세상이 웹2.0이 아니라 3.0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더라고 사람 간의 관계 법칙은 불변할 것이라는 제법 사람 냄새가 나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으니,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